서방 동맹국들의 화웨이 등 중국기업 대상 제재 비로소 동참
  • ▲ 중국 광둥성 둥관에 있는 화웨이 연구소. 190129 AP/뉴시스. ⓒ뉴시스
    ▲ 중국 광둥성 둥관에 있는 화웨이 연구소. 190129 AP/뉴시스. ⓒ뉴시스
    독일 정부가 2029년까지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에서 중국기업 부품을 모두 빼기로 했다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독일 정부와 도이체텔레콤(DE)·보다폰‧텔레포니카 도이체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데이터가 집중되는 핵심 네트워크의 경우 2026년까지, 나머지 접속·전송 네트워크는 2029년까지 중국 최대 통신설비 업체 화웨이 기술(華爲技術)과 중싱통신(中興通訊, ZTE) 등이 제조한 부품을 제거하기로 했다.

    양측은 조만간 서면으로 합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위반시 이동통신사업자에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SZ는 전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겪은 뒤 기반시설의 특정 국가 의존을 경계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 아닌 디리스킹(위험 경감)을 지향하며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내용의 대중국 전략을 수립했다.

    이날 보도된 계획은 2026년까지 모든 5G망에서 중국산 부품을 빼겠다는 애초 방침에서 후퇴한 것이다.

    독일의 중국산 부품 퇴출 계획은 지난해부터 예고됐다. 내무부는 지난해 4월 주요 기반시설 안보 차원에서 5G망의 중국산 부품을 점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5G 네트워크의 중국산 부품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

    다만 이를 두고 독일의 3당 연립정부 내에서 대중국 전략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정 내 일각에서는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올라프 숄츠 총리실은 중국 투자를 장려하고 양국간 교역 단절을 막기 위해 여전히 열심"이라고 전했다.

    독일에서는 이 같은 마찰로 인해 지난해 발표된 대중국 전략 가운데 외국인직접투자 심사 제도를 완화하도록 수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에도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5G 기기에 네트워크 침투를 위한 '백도어'를 심어두고 정부 지령에 따라 데이터를 빼간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스웨덴, 발트해 연안 국가, 뉴질랜드, 호주 등이 화웨이와 ZTE를 5G 사업에서 배제했다. 독일 정부의 이번 대응으로 비로소 서방 동맹국간 보조를 맞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서치회사 로디움의 노아 바킨 중국담당 수석고문은 "독일은 영국이 취한 조치를 4년이나 늦게 하는 것"이라며 "안 하는 것보다는 늦은 편이 낫지만, 매우 늦긴 늦었다"고 말했다.

    독립 통신 연구 그룹인 스트란트 컨설트에 따르면 2022년 독일 5G 무선 액세스 네트워크의 59%를 중국 부품이 차지했지만, 영국은 41%, 프랑스는 17%이며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은 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