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대표 출마 선언…이재명과 양자 대결대세론 흔들기 부족…최고위원 후보 친명 일색정치권 "역대 이런 전당대회 없었다" 개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10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인 것처럼, 민주당의 주인은 250만 당원동지들이다. 당의 힘은 당원의 힘에서 나온다. 이번 총선 승리는 국민의 뜻이자 국민의 승리였지만, 250만 민주당원들의 무한한 열정과 헌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 지지층이 당원의 절대 다수인 만큼 이 전 대표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 단독 추대'가 예상됐던 전당대회가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여기에 최고위원 선거 후보군에는 전원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북한 조선 노동당 당대회를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전날 세종특별자치시의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은 그 막중한 책임을 거슬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제왕적 당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움으로써 국민의 염려와 실망 또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해와 통합, 연대와 연합을 지향했던 김대중 정신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했던 노무현 정신도 민주당에서 흔적도 없이 실종된 지 오래"라며 "지금 민주당에는 토론은 언감생심, 1인의 지시에 일렬종대로 돌격하는 전체주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일극 체제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한때 친명계로 꼽힌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선거에 도전하면서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돌연 이 전 대표를 "제왕적 당대표"로 칭한 이유는 지난 총선 후 '이재명 사당화'가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 민주당이 처한 작금의 현실과 관련 있어 보인다. 비명(비이재명)계가 없다시피 한 민주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진 상황을 꼬집은 셈이다.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의원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민주당이 전체주의라니 미쳤구나", "김두관 당신이 말하는 단어와 언어는 마치 2찍들이 하는 말과 똑같다", "전당대회 흥행시키려고 본인 날리나"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의 출마를 놓고 '약속 대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을 장악한 이 전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 된 상황에서 전당대회 흥행을 위한 구색 맞추기용으로 경쟁자를 세운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 전 의원 출마 소식에 친명계 일각에서 반색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당대표 선거까지 단독 후보를 추대하는 모습이 연출될 뻔했으나, 김 전 의원의 출마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이 전 대표의 독주 이미지를 약간이나마 희석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다음 달 18일 치러지는 가운데, 이 전 대표를 향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명비어천가'(이재명+용비어천가)는 계속되고 있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민형배 의원은 "민형배는 가장 먼저 이재명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굳건하게 이재명 대표와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우리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라며 "이 전 대표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문화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두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문화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두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출사표를 던진 최고위원 후보 12명 전원이 '친명'으로 분류된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전현희 의원도 "이 전 대표의 곁을 지키는 수석 변호인으로 든든한 방패가 되겠다"고 했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다른 후보들도 이 전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병주 의원은 "이 전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고 했고, 강선우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한준호 의원은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드신 이재명 대표님"이라고 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김민석 의원은 후보군이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에 대해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사실상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집권하자는 데에서 차이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친명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들이 비전과 가치를 내세우기보다 명비어천가를 부르는 것에 대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이런 전당대회가 없었다. 이러니까 북한 노동당 당대회를 보는 것 같다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며 "김두관 후보가 한 말이 틀린 게 없다. 늦게나마 지적을 해서 다행이다. 못 본 척하고 넘어갈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