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리고 가격 낮춰 '광물전쟁'서 승전보정부 정제기술 수출 금지…기업들은 공격적 투자-인수서방국가들, 반도체 제재 맞서 '희토류 무기화' 우려 확산
  • ▲ 짐바브웨 리튬 광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짐바브웨 리튬 광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방의 견제에도 중국기업들의 광물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광물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인 데 이어 서방기업들이 부패하고 정국이 불안정하다고 여겼던 남미·아프리카 등 자원부국들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서방국가 사이에서는 광물자원의 무기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광물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면서 중국기업들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공급을 과도하게 늘리고 가격을 떨어뜨리는 식으로 경쟁기업을 따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정보업체 패스트마켓츠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채굴되거나 중국기업이 해외에서 채굴한 리튬 비중은 2018년 전체 시장의 14%에 불과했지만, 올해 3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이뤄진 리튬 정제 비중은 63%에서 70%로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밖에서 생산된 정제 코발트가 1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는 광물업체 다턴코모디티즈 집계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의 경우 중국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진출한 뒤 대규모로 생산하면서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일례로 중국 국영기업인 쯔진광업은 공격적 인수작업을 통해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리튬 생산량을 저점 대비 85배 늘리고, 내년에는 5배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중국은 현재까지 드러난 글로벌 희토류 매장량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풍부한 희토류 매장을 발판으로 1950년대부터 희토류 원재료 채굴 및 수출을 시작했다.

    희토류 가공기술은 주요 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었으나, 점차 환경규제가 강화하면서 중국에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은 1980년대까지 희토류 생산 1위 국가였지만, 인건비가 오르고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영향력이 줄었다. 그 빈자리를 중국이 채운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 초대형 국유기업 설립에 이어 희토류 정제기술 수출 금지를 최근 선포했다.

    동시에 중국기업들은 정부 지원 아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인수작업에 나서고 있다. 서방 기업들이 부패하고 정국이 불안정하다고 치부해온 인도네시아, 말리, 볼리비아, 짐바브웨 등 자원부국들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모양새다.

    실제 중국기업들은 최근 2년 동안 짐바브웨 리튬 프로젝트 인수에 14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해 3분기 짐바브웨 당국으로부터 리튬‧에너지 분야에서 27억9000만달러의 투자 허가를 획득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10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뿐만 아니라 2020년 기준 콩코민주공화국(DR콩고)의 19개 코발트 광산 가운데 중국기업이 소유하거나 지분을 보유한 곳은 15곳으로 집계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짐바브웨, DR콩고를 비롯해 중국이 지난해 투자한 신규 광물과 광산 계약 규모는 종전 최고치 170억달러(2018년)를 웃돈 것으로 추산했다.

    FT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전반에 걸쳐 있는 중국의 자원 투자는 미국에 맞서 자체적인 공급망 확보에 집중해 자립도를 높이려는 시진핑 주석의 야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서방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해 8월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돌입한 것을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 갈륨의 98%, 게르마늄의 68%를 생산하고 있지만, 점유율보다 당장 타격이 크지는 않다. 대체 수입선 확보가 가능한 데다 갈륨의 경우 당장 생산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이 다른 광물로 통제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정한 주요 광물 가운데 27개의 생산량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2022년 기준 갈륨, 마그네슘, 텅스텐 등 14개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했다. 특히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등 배터리 제조 5대 핵심광물을 모두 생산하는 전세계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서방기업들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공격적인 흐름이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래스트마켓츠의 윌리엄 애덤스는 "그것이 중국의 사업방식이다. 중국기업들은 모두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하는 만큼 결과적으로 과잉공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광물업체 탤런메탈스 관계자는 서방기업들이 시장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중국기업들은 정책금융 지원을 받는 만큼 불공정 경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