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한테 엄마 죽어가는 소리 들리게 해"별거 중 자녀 옷 가지러 온 아내 살해 혐의
  • ▲ 둔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A씨 ⓒ정상윤 기자
    ▲ 둔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A씨 ⓒ정상윤 기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24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51)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여러 사정을 종합하고 관련 증거에 의할 때 A씨는 아내를 둔기로 구타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음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성을 잃어 살인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음성파일에서 쇠 파이프 구타는 2~3분간 이어지고 누워있는 아내를 주먹으로 구타하는 등 A씨가 중간중간 쉬는 형태를 보였다"며 "순간적·감정적으로 격분해 우발적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의 잔혹함을 넘어서 피해자가 낳은 아들이 지근거리에 있는 데서 아들한테 엄마가 죽어가는 소리를 들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달래보고자 '오빠 미안해'라고도 했다"며 "그 말을 내뱉기까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던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택에서 자녀의 옷을 가지러 온 별거 중이던 아내를 주먹과 쇠 파이프 등으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아내가 사망했음에도 119에 신고하지 않고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자신의 아버지에게 먼저 전화했다. 이후 사건은 A씨 아버지가 현장에 도착된 이후에야 소방당국 등에 신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아내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우발적 폭행에 의한 상해치사라고 주장했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쇠 파이프 역시 "자녀들이 사용하던 고양이 놀이용 금속 막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아내는 아들에게 경찰을 불러달라고 간절히 구호 요청을 하고, A씨를 진정시키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A씨는 아내를 살릴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살해해 우발적 범행이라 할 수 없다"면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