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오세훈 "처신 아쉽다" 발언 정조준韓 직격에 몸 낮춘 吳 "정제되지 않은 표현"
  •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입장발표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입장발표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달여간의 침묵을 깨고 정부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데 이어 여권 내 잠룡으로 평가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조준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목격담만으로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한 전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을 겨냥해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 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다"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방향은 맞다는 것만으로 좋은 정책이 되지 않고 선의로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나. 그런 사례는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더 정교하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오 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한 반박 차원이다.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해 물질 범벅 어린이 용품이 넘쳐 나고 500원 숄더백, 600원 목걸이가 나와 기업 고사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라며 정부를 두둔했다.

    또 "함께 세심하게 살펴야 할 때에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 등이 정부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논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자 이에 대한 비판 차원이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오 시장의 발언을 꼬집자 오 시장은 한 발 물러섰다.

    오 시장은 "SNS로 얼마든지 의견을 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러나 여당 정치인들이 SNS로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중진은 필요하면 대통령실, 총리실, 장·차관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다"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부 통로는 놓아두고 보여주기만 횡행하는 모습이 건강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치권과 거리를 둔 이후에도 지지자들의 목격담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낸 한 전 위원장이 '페이스북 정치'를 본격화하자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몸 풀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책 현안 메시지에 이어 이례적으로 여권 인사와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벌인 것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파워 게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그간 측근을 통해서만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한 전 위원장이 이제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움직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어떤 결심이 섰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