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10대 공약에 '비동의 간음죄' 포함폭행·협박 없어도 피해자 부동의시 강간죄 성립법조계·정부 부정적 … "심도 깊은 논의 필요"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3일 오후 경기 김포 라베니체에비뉴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3일 오후 경기 김포 라베니체에비뉴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조계에서도 신중한 도입이 요구되고 있는 '비동의 간음죄'를 10대 공약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강간죄를 성립할 수 있게 하는 비동의 간음죄는 젠더 갈등의 뇌관으로 불린다. 

    26일 '민주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정당정책'에 따르면 6번째 부분에 환경, 사법윤리, 행정자치, 노동, 여성 분야 공약이 담겼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제목으로 한 공약 중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형법 제297조 강간죄 개정, 데이트 폭력 범죄 법제화 및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라는 문구가 담겼다.

    현행 형법 제297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총선 핵심 공약에 담은 것이다.

    비동의 간음죄는 법조계에서도 신중론이 대세다. 기존 판례에서 상정하지 않는 범죄가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법원은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협박'이 수반될 때 강간죄를 인정한다는 판례를 따르고 있는데, 법을 바꿔 적용하면 피해자 동의 여부만으로 처벌이 가능해 악용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동의했다가 말을 바꿔도 처벌될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의 증언이 구성 요건의 핵심으로 들어와 있어 객관적이지 않고, 명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강간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의제로 무고한 사람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지난해 '반대 의견'을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해 2월 국회 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은) 범죄를 의심 받는 사람이 상대방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받게 되는 구도가 된다"며 "상대방의 내심을 파악하고 입증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 민주당 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정책에 올라 있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 공약. ⓒ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 민주당 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정책에 올라 있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 공약. ⓒ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비동의 간음죄는 젠더 갈등의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2030 남성들 사이에서는 여성의 주장만으로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에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이에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표심 흐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민주당은 강간죄 입증이 쉬워지면 오히려 남성 인권도 증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에는 폭행과 협박이 수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동의 여부로 강간죄를 성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것은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며 "강력한 법 적용을 통해 강간 피해자를 줄이고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은 최근 공천 과정에서 성과 관련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민주당이 서울 강북을에 공천했던 조수진 변호사는 자신의 법률사무소 홍보글에서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강간 통념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했다. 강간 통념은 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했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취지다. 또 집단강간 사건 피고인 변호를 맡으면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여성위원장이자 조 변호사 같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이재정 의원은 민주당 단체 채팅방에서 우려가 나오자 "이런 사례들로 조 변호사를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며 옹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판이 거세지자 조 변호사의 공천을 취소했다. 

    이 뿐만 아니라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역정치인 여비서 성희롱 논란으로, 강위원 민주당 당대표 특보는 성추행 및 2차 가해 논란 등으로 후보직을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