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 막고 촬영 강행전기차 충전소 점거한 제작사 "허가받아 문제 없어"의정부시 "허가여부 떠나 충전기 장기간 점유 안돼"
  • ▲ 10일 정오 무렵 구리포천고속도로 의정부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앞에서 촬영을 진행한 MBC 새 금토드라마 '우리, 집' 제작진. ⓒ뉴데일리
    ▲ 10일 정오 무렵 구리포천고속도로 의정부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앞에서 촬영을 진행한 MBC 새 금토드라마 '우리, 집' 제작진. ⓒ뉴데일리
    MBC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 명목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 3대를 점거, 때마침 충전을 하려고 진입한 차량 운전자에게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기 승용차 운전자 A씨(40대·여)는 10일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기도 포천에서 서울 잠실로 가는 도중 차량 배터리가 20%만 남아, 충전을 하기 위해 낮 12시쯤 구리포천고속도로 의정부휴게소(구리 방향)로 이동했다"며 "그런데 차량을 충전기 쪽에 대자,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오더니 '10분 뒤부터 여기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면서 차를 빼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씨는 "'도대체 뭘 하길래 그러냐'고 묻자, 이 남성이 'MBC 드라마 촬영을 한다'고 답했다"며 "제가 하도 어이가 없어, '구리포천고속도로의 유일한 충전소가 여기인데, 대체 어디서 충전하라는 것이냐'고 따져 물으니, 이 남성은 '어쩔 수 없다. (휴게소 측으로부터) 다 허락받았다. 차를 빼달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저는 당장 충전하고 이동해야 하는데, 저 분들이 드라마 촬영을 해야 한다며 충전기 한대를 자신들 차량으로 막고, 한사코 나가줄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차량을 돌렸다"며 "여기 외에는 근처에 충전할 곳도 없는데, 막무가내로 차를 빼달라고 하니 너무 황당했다. 이런 게 진짜 갑질이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 ▲ 10일 정오 무렵 구리포천고속도로 의정부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앞에서 촬영을 진행한 MBC 새 금토드라마 '우리, 집' 제작진. ⓒ뉴데일리
    ▲ 10일 정오 무렵 구리포천고속도로 의정부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앞에서 촬영을 진행한 MBC 새 금토드라마 '우리, 집' 제작진. ⓒ뉴데일리
    결국 휴게소를 나와 고속도로 밖으로 차량을 돌린 A씨는 10km를 더 이동해 구리시의 다른 충전소에서 충전을 마치고 한참 후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고.

    A씨에 따르면 이날 충전소에서 촬영을 강행한 이들은 MBC 새 금토드라마 '우리, 집' 제작진이었다. 현장에는 드라마 주연 배우인 김희선과 황찬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의정부시 기후에너지과 관계자는 "친환경 자동차법과 친환경 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라 전기차 충전을 방해하면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며 "일반 차량이 주차를 해서 전기차가 충전을 하지 못하게 했을 경우 등을 충전 방해 행위로 보고, 만약 전기차라 하더라도 공간을 오랜 시간 점유해 다른 차가 충전을 하지 못하게 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고속도로 급속 충전기의 경우 1시간 넘게 있으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가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 그 곳은 엄연히 전기차 충전을 위한 곳"이라며 "1시간 이내에 촬영을 종료해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전기차 충전구역을 막은 것 자체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드라마 촬영을 위해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불편을 느낀 시민이 신고를 하게 되면 이는 공익신고에 해당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 10일 정오 무렵 구리포천고속도로 의정부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앞에서 촬영을 진행한 MBC 새 금토드라마 '우리, 집' 제작진. ⓒ뉴데일리
    ▲ 10일 정오 무렵 구리포천고속도로 의정부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앞에서 촬영을 진행한 MBC 새 금토드라마 '우리, 집' 제작진. ⓒ뉴데일리
    한편, MBC 드라마 '우리, 집'을 제작 중인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사전에 의정부휴게소로부터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촬영하는 것을 허락받고 주변에 '안전 고깔'을 설치하는 등 촬영 계획을 다 고지한 상태였다"며 "그런데 촬영 시작 10분 전에 전기차 1대가 들어와, 저희 스태프 중 한 명이 '촬영이 예정돼 있어 죄송하다'고 충분히 사정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양해를 구하면서 몇 번씩 사과를 드리니, 시민분께서도 우회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어찌 됐든 저희 촬영 때문에 시민분께서 큰 불편을 느끼셨으니 저희로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CTV를 확인하셔도 아시겠지만 저희가 불법적으로 촬영하거나, 상대분에게 예의 없게 행동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 이 관계자는 "당시 저희 스태프가 시민분께 '10분으로는 충분한 충전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다른 곳으로 우회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그분께서 10분만 충전하고 가겠다고 하셨으면 저희는 오케이했을 것"이라며 "시민분도 그런 안내를 받으시고는 '알겠다'면서 별문제 없이 현장을 떠나셨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불법적으로 뭔가를 한 것도 아니고 (우회) 안내를 강제적으로 한 것도 아니지만, 시민분께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셨을 수 있고, 전기차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충전을 못 하셨기 때문에 화가 많이 나셨던 것 같다"며 "저희도 이런 점 등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챙기고 있으나 그런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세세히 신경쓰면서 촬영을 진행하겠다. 시민분께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