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고인 직권 보석… 전자팔찌 부착, 주거지 제한도 면제진재경 부장판사, 서울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2월 제주지법 발령
  • 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제주 'ㅎㄱㅎ' 사건 재판을 약 8개월째 미루면서도 피고인들에게는 각종 혜택을 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ㅎㄱㅎ' 사건의 1심 재판을 맡은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진재경)는 지난 9월19일 구속된 피고인 고모(53) 씨와 박모(48) 씨에게 직권보석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구속기간 만료를 약 2주 앞두고 전자팔찌 착용과 주거지 제한,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동안 증거인멸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그러나 박씨는 9월20일 전자팔찌 부착 조건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석방을 거부했고, 심지어 고씨는 보석 조건 위반으로 제재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에 재판부는 '보석 보증금 3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전자팔찌 부착을 면제했고, 고씨와 박씨는 9월26일 보석보증보험 증서만 제출하고 전자팔찌를 착용하지 않은 채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재판부는 11월14일 박씨를 대상으로 한 주거지 제한도 해제했다. 박씨가 지난 9일 '국내에서 신혼여행을 다녀오겠으니 주거지 제한 조치를 일시 해제해 달라'는 취지의 여행 허가 신청서를 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고씨와 박씨는 총책 강모(53) 씨와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 박씨와 달리 강씨는 암 투병을 이유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귀국해 고씨, 박씨와 함께 반국가단체 'ㅎㄱㅎ'를 구성해 북한 지령에 따라 반정부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검찰 수사 단계부터 비협조적으로 임하며 노골적으로 지연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온 뒤에도 이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결론이 나올 때까지 본재판은 진행할 수 없다. 또 법원이 신청을 한 차례 기각하더라도 피고인들은 항고, 재항고를 낼 수 있다.

    지난 4월24일 이들이 처음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냈고, 11월20일이 돼서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가 최종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현재 다음 기일도 아직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제주지법 형사2부 재판장인 진재경(사법연수원 36기)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으로 알려졌다. 진 부장판사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에서 재직하다가 지난해 2월 제주지법으로 발령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