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당시 인천 곳곳에 '청와대 무속인 점령 반대' 현수막 게시재판부 "선거 불과 39일 앞둔 시점에 현수막 게시… 부정적 인식 심어"
  •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원폭 피해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환영사를 듣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원폭 피해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환영사를 듣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설치한 50대 남녀가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6)와 B씨(51)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150만원을 지난 9월24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은 선거 180일 전부터 장기간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선거운동기간 전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의 현수막 게시행위는 선거를 불과 39~40일을 앞둔 시점으로 유력 대권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배우자의 사진과 이름이 인쇄돼 있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선거운동기간 전 야간에 현수막을 동시다발적으로 설치 한 것은 선거 관리를 어렵게 하고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26일부터 당시 윤석열 후보의 낙선운동을 하기로 공모하고 같은 달 28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인천 시내에 김 여사 비방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25개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현수막에는 "도사들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김건희? 청와대 무속인 점령 반대!" 등의 내용과 김 여사의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들에게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 당시 A씨 등은 "헌법재판소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현수막이나 광고물의 설치·게시에 대한 처벌과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고,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정치적 표현을 장기간 금지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들이 게시한 현수막은 윤 후보와 배우자를 특정할 수 있어 대선에서 윤 후보가 낙선돼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명확히 표현됐다"며 현수막 게시를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봤다.

    한편 공직선거법(254조)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 전에 선전 시설물이나 각종 인쇄물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