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국방차관 "미국, 월북 병사 안전 우선순위로 놓고 송환 위해 노력"조한범 박사 "범죄 전력 있는 인물, 체제선전·대미압박용으로 활용하긴 어려워"
  • ▲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화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화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견학을 하던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4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북한이 자진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이등병(PV2) 트레비스 T. 킹을 체제선전용이나 대미압박용보다는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그 병사가 미국 본토로 송환될 예정이었는데 무단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 병사) 혼자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자진해서 월북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현재 미국 측이 유엔사 채널을 통해서 북한 측에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 차관은 '송환을 위한 협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앞으로 가능성은 열어두고 접근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북한의 태도, 월북한 병사의 입장이나 이런 것들이 강조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 병사의 안전을 우선순위로 놓고 다시 송환받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북한 및 러시아 전문가인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월북 사건이 미북 관계나 한반도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을 일축하며 "반대로 월북 사건은 미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라고 분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오토 웜비어' 사건을 주목하며 "그 사건으로 세계가 다 북한을 주시하게 돼 북한으로서도 부담이 크다. 특히 범죄 전력이 있는 킹을 북한이 억류하면서 미국을 자극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미국 버지니아대 학생이었던 웜비어는 단체 관광객으로 북한에 방문했다가 머물던 호텔에서 체제 선전물을 절도한 혐의로 체포돼 노동교화형 15년형을 선고받고 17개월 억류된 끝에 2017년 사망했다. 이 사건은 미국이 2017년 9월 1일부터 자국민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시킨 계기이자, 북한 '억류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간 인물을 북한이 체제선전용이나 대미압박용 카드로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북한은 (강제 억류가 아닌) 자진 월북한 사람들을 모두 송환한 것을 보면, 킹도 송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북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제난과 '도발 피로감'에 빠진 북한으로서는 이번 월북 사건이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 될 수 있다"며 "최근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했고 42년 만에 미 전략핵잠수함(SSBM)까지 부산에 들어왔지만, 지난해까지 수차례 도발하던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두 발을 발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킹은 지난 18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 미국 당국자는 19일(현지시간) "월북한 미군 병사는 한 달 반 동안 징계 조치로 구금 시설에 수감돼 있었다"며 "그는 미국 송환을 위해 공항으로 이송됐지만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대신 공항을 떠났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말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킹은 공항에서 호송인력이 세관까지 따라갈 수 없는 점을 이용해 공항에서 이탈했고, 이후 민간 여행사의 JSA 견학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투어 그룹에 속해있었다는 목격자는 "판문점의 한 건물을 견학했을 때 이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미 CBS에 밝혔다.

    킹은 '주취 난동'으로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5월27일 서울 마포구 신촌 로터리 인근에서 술에 취해 길에 주차된 차량을 부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해 10월 8일 새벽 마포구에서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히자 순찰차 뒷좌석 문을 여러 번 걷어차 망가뜨렸다. 지난해 9월25일 마포구 홍대 인근 클럽에서 술에 취해 시비가 붙은 한국인의 얼굴을 여러 번 주먹으로 때려 기소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