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가스라이팅하다(2)
  • ▲ 2021년 10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2021년 10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일 애국, 친일 매국’이란 해괴망측한 프레임 등장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역대 최대 규모의 반일운동이 전개되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일 선동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반일 몰이, ‘문재인식 가스라이팅’이 시작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12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블루 이코노미 경제비전 선포식’에서 “전남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서린 곳으로, 전남의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사전 배포 원고에 없던 내용이었다. 임진왜란까지 끌어들여 앞장서 반일 감정에 불을 지른 것이다.

    8월 2일 일본이 수출심사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각의 결의를 단행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TV로 생중계 된 모두 발언을 통해 강한 어조로 일본을 비판하며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역사를 만들 것”이라며 반일 운동을 더욱 부추겼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거북선 12척 발언이 있었던 다음날(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980년대 대표적인 운동권 노래였던 ‘죽창가’를 소개했다.

    죽창가는 고(故) 김남주 시인이 동학농민운동과 전봉준 장군을 기리기 위해 쓴 ‘노래’라는 시에 ‘오월 판화’로 잘 알려진 김경주 화가가 곡을 붙여 직접 연주하고 노래해 1985년 ‘광주여 오월이여’(광주민중문화연구회 출처)라는 다큐멘터리 카세트테이프에 실은 민중가요다. 조 수석은 죽창가를 올린 후 열흘 동안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게시물을 총 43건이나 올렸다. 서희와 이순신을 거론하며 “겁먹고 쫄지 말자” 등 강한 문구들도 사용했다.

    대통령이 나서 반일 감정에 불을 지르고 민정수석이 나서 기름을 끼얹었으니 그 다음 상황은 보나마나였다.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거센 들불처럼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언론들은 연일 애국적(?) 불매운동을 보도하며 ‘정신 승리’를 외쳐댔다. 정의(定義)와 경계 구분도 모호한 ‘반일 애국, 친일 매국’이라는 해괴망측한 프레임이 대한민국 전체를 사로잡았다. 일본을 욕하고 손가락질하기만 하면 누구나 애국자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표시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면 예외 없이 매국노 취급을 받아야 했다. 문 정부 5년 동안 지속된 문재인식 가스라이팅의 전형이다.

    다양했던 불매운동의 양상, 돋보인 조국의 내로남불

    불매운동의 첫 번째 희생양은 일본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였다. 매장을 감시하는 유니클로 단속반이 등장했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는 ‘유니클로 배송 거부’를 선언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명단과 일본에 여행을 갔던 한국인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일제 차량을 길거리에 세워놓고 쇠파이프로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고, 일제 승용차의 신호위반을 적발하려고 몇 시간 동안이나 쫓아다닌 걸 무용담처럼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 중구청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동을 비롯한 1,100여 곳에 ‘NO JAPAN’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트와 상점에는 일본 상품을 팔지 않는다는 스티커가 붙었으며, 아사히, 기린 등의 맥주는 진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전의 한 서점은 일본 소설 서가의 명판을 ‘왜구 소설’이라고 붙였다.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하겠다’는 스티커를 자신의 승용차 뒤에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일식집과 이자카야 식당들은 손님들이 출입을 꺼려한 탓에 폐업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불매운동 과정에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씁쓸한 장면들도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불매운동의 지속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죽창가를 올린 뒤 얼마 되지 않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을 받은 조국 수석은 야당이 청문회를 거부하자 국회에서 셀프청문회를 열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그의 손에는 일제 볼펜이 들려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 그의 내로남불 행태는 한 번 더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방송사 앵커는 나는 국산 볼펜을 쓴다고 했다가 ‘방송사들이 사용하는 장비가 90%이상인데 그건 괜찮으냐’는 등의 조롱을 당했다. 연예인 김제동의 일제 패딩과 조국 수호에 앞장섰던 청와대 최강욱 전 비서관의 일제승용차도 논란이 됐다.

    한동안 태풍 같은 기세로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불매운동은 2019년 연말로 접어들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시대착오와 감정에 기인해 출발했고, 전략이나 뚜렷한 목표도 없었기에 실패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무엇을 위해 시작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는 꽹과리 같이 소리만 요란했던 반일운동이었다. 문 정부의 반일 운동에 부화뇌동했던 시민들의 반성과 다짐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일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당초의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 그러나 외교 무능으로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입혔고 새로 출범한 정부에 큰 부담을 지웠다는 점에서 문 정부에 대한 비판은 두고두고 이어질 것이다.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문재인

    반일 불매운동으로 국론은 분열되고 국익은 손상을 입었지만 이를 철저히 국내정치에 이용한 문 정부는 톡톡히 재미를 봤다.

    반일운동이 거세게 벌어진 시기는 문 대통령이 그토록 공을 들였던 남북관계 진전이 성과 없이 끝나고 문 대통령을 향한 북한의 모욕과 조롱이 거듭되던 때였다. 국제사회의 비판은 물론 국내언론들도 연일 대북실정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반일운동이 격화되면서 이런 비난은 삽시간에 사그라들었다. ‘술 사주고 뺨 맞은’ 신세가 돼 지지율이 하락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발적으로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덩달아 올라갔다. 문 대통령의 반일 가스라이팅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진실 왜곡이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들은 관계를 조종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반복된 거짓말과 현실 왜곡으로 혼란을 일으켜 사람들이 진실을 오해하고 외면하도록 만든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따져보면 문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문 정부는 모든 책임이 일본에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그에 합당한 정부차원의 대응을 하면 될 일을 가지고 금방 전쟁이라도 터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혼란을 조성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스스로 부품자율화를 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주장하며 현실을 왜곡했다.

    죽창가의 배경인 동학농민운동이 마치 일본 타도운동이었던 것처럼 날조해 반일 운동의 주제가로 둔갑시켰고, 토착왜구 등 저질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국민을 갈라치기 했다.

    GSOMIA 파기 선언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공조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GSOMIA를 일본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사용해 동맹국인 미국까지 불편하게 만들어 놓고서는 미국이 파기에 동의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반일 운동에 앞장선 문 정부의 속내가 무엇이었는지는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양정철)의 분석보고서에 잘 나타나있다. 반일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7월 30일, 민주연구원은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유리해진다’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보냈다. 선거에 이기려면 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반일 감정에 계속 불을 지피라는 지시인 셈이다. 보고서의 내용처럼 반일 몰이에 나선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민생과 국익은 아랑곳없이 제 잇속만 챙기려 혈안이 되어 있는, 그것이 바로 진보의 탈을 쓴 586운동권의 참모습일 것이다.

    친북반일세력, 제2의 반일 가스라이팅을 시작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일외교 정상화 노력이 결실을 맺어 양국관계는 복원 수준을 넘어 한층 더 가까워졌다. 균열이 생겼던 한미동맹도 이전보다 견고해졌다. 윤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외교는 2년 전 문 전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그렇지만 문재인식 반일 가스라이팅으로 화끈한(?) 재미를 봤던 야권은 윤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또 다시 죽창가를 부르며 대대적인 반일 몰이에 나섰다. 윤 정부의 대일외교를 ‘굴욕·굴종외교’라고 매도하며 폄훼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외교 성과도 ‘들러리 외교’라며 깎아내리고 있다. 후쿠시마원전 처리수 방류를 두고 벌이는 거짓 선동 행태는 과거 광우병 파동을 방불케 한다. 사법리스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들의 불안까지 녹아들어 있어 한편으로는 더욱 결연하게 보인다.

    그들의 의도는 뻔하다.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당내 위기를 돌파해 보겠다는 속셈이다. 위선과 탐욕만 가득한 586운동권세력의 개과천선을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인 일인지는 문 정부 5년을 통해 이미 충분한 교훈을 얻었다. 민주당을 위시한 친북반일선동세력의 기득권 해체가 중요하고도 시급한 이유다.

    ‘무조건 반일’은 ‘미래 포기선언’과 같아

    대일 외교에 있어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금물(禁物)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일본이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거나 국정철학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창가나 부르는 건 외교의 근본을 무시한 어리석은 처사다. 문 정부의 대일외교가 철저히 실패한 근본적 원인이다.

    불편한 과거사 문제로 양국 간의 감정은 안 좋지만, 일본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웃나라다. 지난 60여 년 동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시켜 온 중요한 우방국이다.

    친일을 하자는 게 아니다. 객관적인 사실과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한일관계는 우리 외교안보의 기축인 한미동맹과도 밀접하게 얽혀있어 자칫 잘못 다루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금처럼 북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고,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중 간의 치열한 대립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사에만 매달리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 분명 우리가 원한 건 아니지만, 일본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의 문제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냐, 아니면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를 결정짓는 척도가 되었다.

    “언제까지 일본에 ‘사과하라’, ‘돈 내라’ 반복해야 합니까. 이제는 자부심을 갖고 일본과 대등하게 손을 잡아, 이웃나라로 가면 안 되겠습니까.”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3000안타를 친 살아 있는 전설이자, 수많은 회유와 유혹에도 귀화하지 않은 애국자 장훈의 고언(苦言)을 상기해야 할 때다.

    [편집자 주]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문재인정권이 5년 동안 남긴 커다란 상흔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문재인정권이 대못을 박아놓은 반시장·친사회주의 정책들이 윤 정부 앞에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나라를 망가뜨렸다. 대한민국은 경제·외교·국방·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그 상처도 깊다. 국격(國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나라 곳간도 거덜났다.

    떼쓰기로 헌법을 농락하는 이른바 ‘촛불정신’을 팔아 반시장주의자의 입맛에 맞는 ‘적폐청산’에 돌입했다. 전체주의 국가의 공포정치가 그렇듯 법치와 상식을 벗어난 뒷방인사와 여론재판으로 사법부와 언론마저 장악했다. 문재인정권의 도를 넘은 ‘편 가르기’ 정책으로 국민들 간 정치적 반목과 대립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이데올로기 대혼돈의 시기로 되돌아간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특히 상식과 공정을 파괴한 문재인정권에 분노했다. ‘조국사태’로 대변되는 문대통령과 586 운동권 인사들의 ‘내로남불’과 ‘아시타비(我是他非)’는 이제 민주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정부를 포함, 앞으로 들어설 정권들이 다시는 이 같은 무지와 오기, 당파적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문 정권의 정치적, 정책적 과오들을 낱낱이 기록하고 기억해야만 한다. 문 정권의 패악질은 정권이 바뀌었다거나 더 강력한 패악정권이 나타났다고 해서 잊어서는 안 될 만큼 심각하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기억에 일목요연하게 저장해 놓아야 한다. 뉴데일리는 문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기막힌 실정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