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돈 봉투, 김남국, 이래경… '이재명 사퇴 압박' 거세져이낙연 "대한민국 위해 내가 할 바 하겠다"… 24일 귀국 일부선 "계파 갈등 더 커질 가능성"… 이낙연 복귀 우려도
  •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뉴데일리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뉴데일리
    '돈 봉투' '김남국 코인' '이래경 사퇴' 등 연이은 악재를 계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면서 또다시 '이낙연 등판설'이 대두하고 있다. 한때 '이재명 대항마'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 대표 사퇴 이후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복귀가 당내 계파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복귀 시점이 아직은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낙연, 24일 귀국… 정치 복귀 시사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해 "물러나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라며 대표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 대표가 지난 5일 임명한 신임 혁신위원장이 반나절 만에 자진사퇴한 일을 두고 인사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당에도 전가돼서 그대로 부담이 되고 있다"며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사건이 났을 때도 지도부로서 과단성 있는 대응이 기민하게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사퇴론'이 꾸준히 제기되자 이 대표를 대신할 인물과 관련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경선에서 이 대표와 경합했고, 당내 한 계파의 축을 맡고 있는 이 전 대표의 정계 복귀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에 체류했던 이 전 대표는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월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잠시 귀국한 것을 빼고 1년 동안 미국에 있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민주당이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릴 때마다 흔들리는 이 대표의 리더십을 대신할 인물로 이 전 대표가 지목되고는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를 겨눈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던 시점에는 이 전 대표의 조기 귀국설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친낙(친이낙연)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비판하며 그의 사퇴를 주장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이따금 SNS를 통해 국내 정치현안을 언급하며 정계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4일에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며 "국가를 위한 저의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생활을 위해 제가 할 바를 하겠다"고 밝혔다.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잠시 귀국했을 당시 이 전 대표는 측근들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된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당의 대응방식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민주당 관련 비리 의혹에 "호남이 너무 침묵하고 있다"며 "호남사람들이 왜 분노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폭넓은 역할 해야"

    이 전 대표도 정계 복귀 시점을 두고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장 귀국해서 직접적인 정치적 행보를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민주당이 민주당다움의 길에서 이탈하면 여기에 대해 비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금처럼 당의 위기상황이 지속되면 이 전 대표가 나설 명분이 생길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귀국과 관련해 "조금 더 폭넓은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기대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도와서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섣부른 정치적 행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가뜩이나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친낙계가 결집하면 계파 싸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친낙계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나서면 계파 갈등이 아닌 것도 계파 대결로 몰고 가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며 "아직 이 전 대표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친낙계 의원은 "이재명이 물러나고 이낙연이 바로 대표가 되면 이재명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 뒤에 이낙연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것"이라며 "지금은 이재명이 물러나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을 올 연말로 예상했다.

    이 전 대표의 한계와 관련한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7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 전 대표는 이를테면 발광체라기보다는 누군가에 의존해서 빛이 났던 사람"이라며 "이낙연만의 정치, 이낙연의 정치적 자산이 도대체 뭐냐 이렇게 반문해보면 딱히 없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그러면서 "그런 면에서 아직은 이재명 대표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