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범죄 문제 공론화 포럼 열려"민간차원 더 이상 할 일 없어"
  • 긴 겨울을 지낸 이는 '봄날'의 소중함을 압니다.
    그래서 이들은 봄날이 언제 다시 올까 목매 기다립니다.
    바로 '강제실종' 피해자 가족들입니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이 국가의 허가 또는 묵인하에 개인이나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을 체포, 감금, 납치, 그밖의 형태로 자유를 박탈한 후 실종자의 생사 또는 소재지를 은폐하는 것을 말합니다.
    강제실종 피해자는 생명권, 고문으로부터 자유, 이동의 자유, 자의적 체포로부터의 자유, 차별로부터의 자유를 모두 빼앗긴 것입니다.
    강제실종 피해자 가족들 입장에선, 실종자의 생사에 관한 진실을 알 권리 등을 박탈당한 것입니다.
    따라서 강제 실종은 심각한 인권 침해입니다.

    북한은 남한 민간인을 납치, 강제 실종 피해자 가족을 양산했습니다.
    6.25 전쟁 동안, 북한 군대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약 10만 명의 민간인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전이 체결된 후에도 최소 5만 명의 국군 포로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북한은 한국 전쟁이 끝난 후인 1950년 중반부터 1970년 사이, 대한민국 국민을 집중적으로 납치해갔습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에 따르면 북한은 2016년까지 총 3,835명을 납치했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 사람만 납치해간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일본 내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북한이 차별 없는 지상 낙원이라고 거짓 선전한 후 이들을 강제이주시켰습니다.
    그 결과 93,340명이 양질의 환경과 직업을 보장해준다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대 계층으로 분류되어 상당한 수준의 감시와 차별 대우를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북한은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프랑스, 루마니아, 레바논의 국민들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저지른 납치로 강제실종 피해자 가족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풍비박산이 난 가정들도 다수입니다.

    이들의 슬픔을 공감하고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문제를 국내외적으로 공론화시키기 위한 포럼이 개최됐습니다.
    지난 23일 북한인권시민연합, 한반도청년포럼,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이화통일교육선도사업단 공동주최로 <다시봄날이 올때까지: 북한강제실종 국제청년포럼>이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포럼에는 이성의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황인철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북한정치범 18호 수용소 생존자인 김혜숙 씨가 참석했고, 1977년 납북된 이민교 학생의 어머니 김태옥 씨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참여했습니다.

    이성의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6.25 전쟁 민간인 납북은 북한의 계획된 범죄이며 1급 전쟁범죄, 반인권범죄다.
    그런데 우리가 6.25 마지막 세대다.
    우리 세대가 가면, 강제실종 문제가 해결될 지 암담하다.
    북한 스스로 전쟁범죄, 반인권범죄를 자행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국제사회의 공조와 젊은이들의 힘이 필요하다.
    정부가 납북자 전담 부서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일해줬음 한다.
    시민단체, 민간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우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것도 나라가 해야 한다.
    이제 나라가 나서야 할 차례다."

    황인철 1969년 대한항공(KAL)여객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는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납치피해 사건에 대한 고통과 아픔을 기억해주고 함께 한다는 의사를 전달해주면 큰 힘이 된다.
    여러분들이 이 사건을 잊어버린다면 우리들의 아픔은 그대로 남아있다.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
    부탁드린다."

    할아버지가 월남했다는 이유로 1975년 13세 나이에 북한정치범 수용소 18호 관리소에 들어가 28년 수감생활을 한 김혜숙 씨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정치범수용소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따라서 정치범 수용소로 강제실종된 경위나 생사확인을 북한이 알려줄 리 없다.
    국제사회와 우리가 북한 스스로 불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압박해야 한다."

    1977년 고등학교 수학여행 도중 전남 홍도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씨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절절한 아픔을 털어 놓았습니다.
    또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왜 귀한 내 자식을 데리고 갔는지 묻고 싶다.
    북한 사람들도 가족이 있을 것 아니냐.
    말로는 안 되고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납북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무원이 되었으면, 그렇게 안 한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도 "북한정권이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우리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 미국, 일본은 납치된 시민을 구출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우리도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조직적이고 반인류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포럼을 공동 개최한 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기억을 통해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희망을 함께 품는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의미다"고 역설했습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이화여자대학교를 비롯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소극장 관객석의 대부분을 채워 눈길을 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