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낙연 장인상 조문…대선 패배 후 13개월 만에 만남"위로 전하고 미국 생활 이야기…현안 관련 얘기는 안 해"오영환·이병훈 등 '친낙계' 조문…한덕수 총리도 조문민주당 지지자, 이재명 향해 "무슨 낯짝으로 왔나" 항의
  •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장인 빈소를 찾았다. 이재명 대표와 이 전 대표가 대면한 것은 지난해 3월 대선 패배 직후 있었던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이후 13개월 만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됨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만남에 모든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특별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약 20분간 이낙연 장인 빈소 방문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삼성병원에 위치한 이 전 대표의 장인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이재명 대표와 함께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 등이 방문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새벽 급히 귀국했다. 그의 장인인 김윤걸 전 교수가 별세해 상을 치르러 온 것이다.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귀국으로 '친이낙연계' 세력이 결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며 정치권은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주목했다.

    대장동·백현동·성남 FC 의혹 등에 둘러싸인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입지가 흔들리자, 이재명 대표의 '대체자'로 지난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 전 대표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소를 찾은 친이낙연계를 포함한 의원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서도 특별히 정치적인 메시지가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는 약 20분 간 조문하며 이 전 대표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 대변인은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께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이 전 대표께서는 조문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며 "이재명 대표께서 미국에서 연구하시는 것을 물어봤고 거기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당내 현안과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나'라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10일 정도 머무르는데 상 끝나고 만나자는 대화는 없었나'라는 물음에는 "없었다"며 "이 전 대표가 언제 출국한다고 말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는 없었다"고 답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정치 얘기는 안 하고 미국 생활과 조문 온 얘기 정도만 했다"며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천 비서실장 역시 "애도만 표시했다"며 "정치적 의미는 부여하지 말라. 별말씀 안 하셨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늘 조문에 여러가지 정치적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13개월 만에 만나는데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안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나' 등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이낙연 전 대표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조문을 하기 위해 도착, 항의하는 이 전 대표 지지자 옆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이낙연 전 대표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조문을 하기 위해 도착, 항의하는 이 전 대표 지지자 옆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방문하자… 민주당 지자자 "무슨 낯짝으로" 항의

    이날 빈소는 한 민주당 지지자에 의해 한 차례 소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 남성은 빈소를 찾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부끄럽지 않은가. 대표라는 사람이"라며 "이랬다 저랬다 하고 말이야. 사과부터 하라. 무슨 낯짝으로 와서"라고 항의했다.

    이 지지자는 관계자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이어 기자들이 경위에 대해 묻자 "나는 이 전 대표와 아무 상관 없고 민주당 지지자인데 조문하러 왔다가 열받아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표의 장인 빈소에는 오영환·서영교·정성호·이병훈·정춘숙·김용민·권칠승·김영주·이용우·윤호중 민주당 의원 등과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의 민주당 원로도 방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에서는 하태경·송석준 의원 등이 찾아 조문했다.

    이날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둘러싼 구체적인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이 위기에 있는 것 같고 이에 대한 여야가 위기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장인상을 치른 후에는 10일 정도 한국에 머무르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 연구소에서 한반도 평화와 국제정치를 연구하기 위해 체류 중이던 이 전 대표는 오는 6월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