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침해는 '인도에 반하는 죄'… ICC 회부도, 안보리 부탁도 어려운 현실"ICC 설립 참여했던 경험 공유… "북한 인권 관련 세계 NGO 아우를 조직 필요""북한 인권, 안보리 의제화해야… 일본·스위스 안보리 합류로 정족수 확보 가능""북한 인권, 북핵 해결 장애물 아냐… 한국, 북한인권결의에 '펜홀더'로 참여해야""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동북아지역사무소 유치해 북한 인권 개선에 활용해야""중국의 '탈북민 불법송환'에 할 말 해야… "한미일 3각협력 긴밀해진 적기" 강조
  •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북한인권단체 물망초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COI 보고서 권고사항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북한인권단체 물망초
    ▲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북한인권단체 물망초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COI 보고서 권고사항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북한인권단체 물망초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갈수록 악화하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특별재판소 설립을 제안했다.

    신 전 대사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맞아 북한인권단체 물망초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COI 보고서 권고사항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았다. 신 전 대사는 현재 세토포럼(Seoul-Tokyo Forum)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 전 대사는 "북한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 규정'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ICC 회부도 어렵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부탁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북한인권특별재판소' 설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 전 대사는 또한 "(북한 인권 문제는) 김정은을 직접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국제형사사기구를 활용하는 것이 굉장히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北 인권 침해는 '인도에 반하는 죄'…  ICC 회부도, 안보리 부탁도 어려워"

    신 전 대사는 "COI 보고서는 북한 인권상황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고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국가 최고 레벨의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면서 "(북한 인권침해는) ICC가 다루는 전쟁범죄, 인도에 반하는 죄, 집단살해죄, 침략죄 등 4가지 범죄 중에서 인도에 반하는 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전 대사는 "ICC 부탁 권고안도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불발되고, 북한이 로마 규정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방법이 '안보리 부탁'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어렵다"며 북한인권특별재판소 설립이 필요한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신 전 대사는 "북한인권특별재판소 설립 전에 모의재판을 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해야 한다.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 같은 분들을 초청해서 뉴욕이나 서울에서 개최해도 좋다. 모의재판을 통해 북한 인권이 살아있는 의제이자 국제사회가 해결할 과제라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전 대사가 언급한 커비 COI 위원장은 2014년 김정은 앞으로 "북한 당국이 인도에 반한 범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유엔이 북한 인권상황을 ICC에 회부토록 하고, 김정은을 포함해 해당 범죄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도록 권고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ICC 설립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 공유… "北 인권, 세계 NGO 아우르는 조직 필요"

    신 전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세계 비영리민간단체(NGO)들의 활동을 조정,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할 'Global NGO Coalition for NK Human Rights'(가칭) 설립을 제안하면서 1996~98년 당시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며 ICC 설립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신 전 대사는 "'NGO Coalition for ICC'라는 단체가 ICC 설립에 엄청나게 크게 기여했다. 협약을 만드는 데 보통 10년이 걸리는데, 세계 NGO를 아우르는 이 단체가 아주 조직적으로 뛰어서 ICC 설립까지 4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 전 대사는 "그만큼 글로벌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지금 현재 북한 인권에 관해서는 결락돼 있다"며 NGO들을 향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ICC 부탁 촉구 캠페인'을 당부했다.

    "북한 인권, 안보리 의제화해야… 일본·스위스의 안보리 합류로 정족수 확보"

    신 전 대사는 미국·유럽연합(EU)과의 공조를 통한 '북한 인권 문제의 안보리 의제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안보리의 유엔 시스템 내 위치를 고려할 때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의제로 지속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 전 대사는 특히 "안보리 이사국 15개 국가(상임이사국 5개국,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 10개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의제로 상정할 수 있는데) 9개국의 찬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제는 다행히 거의 가능할 것 같다"며 유엔 안보리 내의 긍정적 구도를 짚었다.

    안보리 결의와 같은 주요 조치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영국·프랑스 등 상임이사국 △몰타·알바니아·브라질·아랍에미리트 등 기존 비상임이사국 △지난 1월 안보리에 합류한 신임 비상임이사국인 일본·스위스 등 9개국으로 의제화에 필요한 정족수는 확보할 수 있다.
  • 북한인권단체 '물망초'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COI 보고서 권고사항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조문정 기자
    ▲ 북한인권단체 '물망초'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COI 보고서 권고사항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조문정 기자
    "北 인권 문제는 핵문제 해결 장애물 아냐… 한국, 북한인권결의 펜홀더로 참여해야"

    신 전 대사는 또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핵 문제 해결의 장애물이 아니다"라며 "국내에서는 북한 인권문제가 우리 문제라는 주인의식이 부족"하고 "특히 진보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부정적이고, 어느 정부든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인권 문제는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전 대사는 "북한인권결의 채택 과정에서 늘 유럽연합(EU)이 펜홀더(penholder·문안작성주도자)였다. EU가 (결의 초안을) 만들면 일본이 곁다리로 참여하고 우리는 거의 참여를 안 했다. 이제는 우리가 공동제안국 참여를 넘어서 결의 초안 작성에 펜홀더로 참여해야 한다"며 "우리가 북한 인권 개선에 필요로 하는 사항을 즉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에 넣는 작업을 직접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동북아지역사무소 서울에 유치해야"

    아울러 신 전 대사는 한국 인권외교의 역내 수단으로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 동북아지역사무소'를 서울에 유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동북아지역사무소가 지금은 없는 상태이고, 우리가 인권 선도국으로서 서울 북한인권사무소와 함께 동북아 인권, 특히 북한 인권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전 대사는 "COI 10주년을 맞아 내년에 그동안 10년 동안 COI 보고서가 어떻게 이행됐는지를 되돌아보는 스톡테이킹 리뷰 컨퍼런스(stock-taking review conference)를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며 "북한인권결의안에 그 항목을 집어넣어 유엔 내에서 예산이 배정될 수 있도록, 그 작업을 우리가 해서 다시 한번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전 대사는 "총회·인권이사회·경제사회이사회와 인권 관련 협약 위원회 등 유엔 시스템 내에서 북한 인권 관련 사항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며 "막대한 재원을 소모하는 북한 핵 개발이 북한 식량위기를 초래해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점을 다양한 계기에 제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면 간접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탈북민 불법송환은 난민협약 위반… 우리도 중국에 강하게 할 말 해야"

    신 전 대사는 또 "북한 주민도 탈북하면 우리 국민으로 간주되므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탈북민에 대한 중국의 난민협약 위반에 대해서는 우리도 강하게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전 대사는 "동남아와 함께 주요 탈북 루트인 중국은 탈북민이 '경제적 난민'이라며 국제난민협약상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냄으로써 '농 르플르망 원칙'(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 역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 전 대사는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잡는 데 동남아 국가들이 주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동남아 10개국 가운데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4개 국가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렵고, 나머지 6개 국가들이 우리에게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전 대사는 "한·미·일 3각 협력이 긴밀해지고 대북정책 면에서도 조율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 인권 문제를 주도해온 EU와 함께 국제 협조체제 구축이 쉬워진 환경"이라며 윤석열정부를 향해 "이런 호기를 잘 활용해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다양한 수단을 구축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얻도록 집중적 외교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