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내게시판 통해 '언론노조 탈퇴' 의사 밝혀"'정치권과 가까운' MBC 사장 후보자, 따로 있어""(박성제 근로기준법 문제) 숨겼다면 도덕적 해이"
  • MBC '뉴스외전' 방송 화면. ⓒMBCNEWS 공식 채널
    ▲ MBC '뉴스외전' 방송 화면. ⓒMBCNEWS 공식 채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출신으로 MBC 차기 사장 공모에 지원한 권순표 전 MBC 앵커가 "언론노조 MBC본부가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글을 MBC 사내 게시판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좌편향 방송으로 지적받아온 MBC '뉴스외전'을 3년째 진행하다 지난달 27일 앵커직을 내려놓은 권 전 앵커는 지난해 '뉴스외전' 방송 중 탈북민의 목숨 건 '귀순'을 '여행'에 빗대어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에 따르면 권 전 앵커는 지난 6일 "언론노조를 탈퇴한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면서 "노조(언론노조 MBC본부)의 성명에 나오는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는 특정 후보'는 저를 지칭하는 것이 맞다"며 "당시 보도국장이 앵커 사퇴의 이유를 방송에서 알리지 말라고 명령해 앵커 사퇴 소식을 알리지 못했고, 출연자들에 대한 예의로 우선 생각나는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장에 출마하게 됐다'는 덕담을 나눈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3일 언론노조 MBC본부가 '정치권에 줄부터 대는 후보, 당장 그만두어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일부 후보자가 온갖 정치 권력에 선을 대고 이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국회의원 출신 한 인사(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다니고 있다. 특정 후보가 정치권의 뒷배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 후보자의 행보를 비판한 것을 가리킨 것.

    권 전 앵커는 "(사장 출마 사실 정도만 밝힌) 이러한 덕담이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다'는 '마타도어'로 재생산됐고, 언론노조가 성명까지 냈다"면서 "'정치권에 줄을 댄다'라는 말에 가장 가까운 후보가 과연 누구일까요? 우리 회사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했던 분들보다 제가 더 정치권에 가까웠다고 믿을 분들이 많을까요?"라고 비꼬았다.

    사실상 연임에 도전한 박성제 현 사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권 전 앵커는 박 사장의 '미보상 연차수당' 미지급과 이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를 거론하며 "언론노조가 이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조합원들에게 숨겼다면 극심한 도덕적 해이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극심한 무능"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7일 이 같은 권 전 앵커의 게시글을 소개한 MBC노조(3노조)는 "언론노조 소속으로 민주당 편애방송을 주도하던 권순표 후보가 사장 자리를 놓고 폭로한 내용들은 지금까지 우리 MBC노동조합이 줄곧 지적해오던 주장들"이라며 "언론노조와 MBC 경영진의 유착, 그리고 친문·친이재명 보도를 통해 보여준 민주당과 MBC의 권언유착 문제가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지난 3~4년간 뉴스 앵커를 담당하던 기자의 입에서 듣게 되니, 이제 문화방송은 폐국의 길을 걷거나 민영화 외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뿐"이라고 개탄한 MBC노조는 "특히 '뉴스외전'에 줄곧 출연해오던 전 민주당 국회의원 정봉주 씨가 방송에 나와, 권순표 전 앵커를 차기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 출연과 사장 추천 사이의 대가성을 의심받는 지경에 놓였다"며 "이쪽도 저쪽도 기가 찰 뿐"이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이런 상황에서 언론노조가 민주당과 함께 공영방송법 개정을 주창하고 있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언론노조 등에 사장선임추천권을 준다면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누가 봐도 '정치놀음'의 재탕인 사장선임절차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한 MBC노조는 "정부와 국회는 언론노조가 경영권과 인사권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먼저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