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패스트트랙 당시 원내대표 나경원 겨냥 "지도부가 책임 안 져"나경원 "홍준표의 소설, 금도 넘었다"… 불출마 이틀 만에 입 열어안철수 "위로의 말씀"… 윤상현 "덧셈의 정치"… 당권주자들 구애
  • ▲ 나경원 전 의원.ⓒ이종현 기자
    ▲ 나경원 전 의원.ⓒ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선거 출마를 포기한 나경원 전 의원이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사태' 당시 지도부였던 자신을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응수했다. 주춤하던 나 전 의원이 목소리를 내자 여전한 몸값에 당권주자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홍준표 금도 넘었다" 움직이는 나경원

    나 전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홍준표 시장이 올린 글은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모르고 쓰는 망상 속의 소설이자 본인의 비뚤어진 선입견이 가져온 억측일 뿐"이라며 "제가 당시 여당과 어떤 협상을 치열하게 하고 있었는지, 제가 원내대표직을 계속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아마 홍 시장은 상상조차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은 이어 "물론 사실을 얘기해도 듣지 않을 분"이라며 "지속적으로 저를 비열하게 공격하는 정치적 의도는 짐작이 가고, 매일같이 보여 주는 모습이 딱해서 대꾸도 안 했지만 적어도 패스트트랙 재판에 관해 허황된 왜곡을 하는 것만큼은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자신이 2019년 11월 검찰에 출석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기사를 공유했다.

    앞서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충돌사태 당시 지도부였던 나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를 겨냥해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다음해 공천이 걸린 의원들을 압박해 최전선에 세웠고,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한 그 지도부는 그 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어 "무책임하고 무능한 지도부를 만나면 의원들과 당원들만 피눈물 나는 것"이라며 "저는 그때 단식 중이던 황 대표를 찾아가 공수처법은 우리가 집권할 때 폐기하면 되니 넘겨 주고 괴이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막는 협상을 하라고 했고, 둘 다 강제로 막으려 하면 우리 당 의원들이 많이 희생된다고 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지도부가 나서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우리가 책임질 테니 우리 지시를 따른 의원들은 기소하지 말라'고 협상이라도 했다면 전·현직 의원 수십 명이 정계 퇴출의 족쇄를 아직도 차고 있을까"라며 "지도부 무책임의 극치로 금년 안에 1심이 끝날 재판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들의 심정은 어떨까"라고 우려했다.

    패스트트랙 충돌사태는 2019년 4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을,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았던 상황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4당 합의문을 발표하고 이들 법안 통과를 추진하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국회 회의장을 봉쇄하며 반발했다. 당시 당대표는 황 전 대표, 원내대표는 나 전 의원이었다.

    검찰은 황 전 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 23명을 국회법상 회의 방해 등 혐의로, 민주당 의원 5명은 폭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선거법상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윤상현도 안철수도 일단 나경원 당기기

    지난 25일 국민의힘 당대표선거 불출마 선언 이후 나 전 의원이 대선주자였던 홍 시장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박하자 조만간 정치행보까지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정착할 곳 없이 떠도는 '나경원 표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은 수도권의 몇 안 되는 4선 의원으로 수도권 선대위의 공동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며 "나 전 의원과 저의 수도권 승리 경험은 다음 총선을 대비해 소중한 전략적 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날 또 다른 글에서 "뺄셈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김기현 의원이 (안 의원에게) '철새정치'라며 인격모독성 발언으로 경쟁자를 비난했다"며 "덧셈의 정치를 하자. 나 전 의원 불출마를 압박한 게 누구냐"고 꼬집었다.

    안철수 의원도 27일 충남 천안에 있는 국민의힘 충남도당에서 나 전 의원과 만남 시기와 관련 "지금은 좀 시간을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한 번 또 찾아뵙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6일 서울 마포갑 당원 연수 후 "나 전 의원께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며 "이제 조금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나 전 의원이 안 의원에게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정치권 관계자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