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설계자 홍장표, 맨 먼저 자료 요청… 보건사회연구소 강신욱 실장이 받아가강신욱, 통계 재가공→ 文정부 "소주성 긍정효과 90%" 과장→ 강신욱, 통계청장 취임
  • ▲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통계청. ⓒ뉴데일리DB
    ▲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통계청. ⓒ뉴데일리DB
    문재인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정부 통계청에서 비공개 통계자료를 다른 기관이 손쉽게 빼낼 수 있도록 통계청 훈령 예외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비공개 자료 제공 예외조항 신설한 文통계청

    통계법 제27조에 따르면, 정부기관 등이 미리 통계자료를 받아보고 유리하게 해석하는 이른바 '통계 마사지'를 방지하기 위해 공표 전 비공개 통계자료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통계청은 '관계기관이 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에는 이 통계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통계청 훈령 제14조는 자료 제공 방법을 전자우편·문서·전산매체 등 통계청 자료 제공 시스템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월8일 문재인정부 통계청은 해당 훈령에 "다만, 정책적 긴급성 등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다른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기관 등이 통계청의 자료 제공 시스템 이외의 방법으로도 손쉽게 비공개 통계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해당 예외조항 신설 과정을 살펴보면,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은 철저히 배제됐다. 당시 황 전 청장은 유엔 통계위원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장을 간 상황이었는데, 최성욱 통계청 차장이 '대리결재'를 통해 비공개 자료 예외 규정 신설을 허용했다.

    우선 통계청은 훈령 개정 추진을 위해 2018년 1월26일부터 1개월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통계청은 의견수렴 기한이 지난 후에도 개정 절차에 착수하지 않다가 그로부터 다시 한 달 후 황 전 청장이 부재했던 3월6일 돌연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당초 공지된 개정안과도 달랐다. 앞서 내부 의견수렴을 위해 공지된 개정안에는 '정책적 긴급성이 요구될 시 기관과 협의된 방법으로 제공 가능'이라는 부분이 없었지만, 해당 내용을 추가해 통계청 감사담당관실에 검토를 요청했다.

    바로 다음날인 3월7일에는 검토 과정을 거쳐 개정안 내용이 확정됐고, 최 전 차장이 대리결재를 하겠다고 공지됐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 개정안 문구가 돌연 수정돼 감사담당관실에 재검토 요청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3월8일 오전 현 훈령에 명시된 '정책적 긴급성 등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다른 방법으로 제공 가능'이라는 예외규정이 최종 발표돼 시행됐다. 황 전 청장이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단 3일 만에 개정 절차를 모두 완료한 것이다.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4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4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文, 조작된 통계자료로 소주성 긍정효과 90% 주장

    이 예외조항을 이용해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가장 먼저 통계청 비공개 자료를 받아 갔다. 그해 5월24일 발표된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빈부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다는 결과가 나와 문재인정부는 발칵 뒤집힌 상황이었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여 나가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통계는 기대했던 소주성 효과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소주성을 설계한 홍 전 수석은 통계 발표 바로 다음날인 5월25일 가구의 식별 정보까지 포함된 마이크로데이터를 통계청에 '구두(口頭)'로 요청했다. 

    다만 비공개 자료의 최종 수신자는 강신욱 당시 보건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었다. 통계청 기록에 따르면, 자료 요청자는 홍 전 수석이었지만 수신자는 달랐던 것이다.

    강 전 실장은 비공개 통계자료를 넘겨받아 곧바로 통계를 재가공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실시했는데,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실직자를 통계에서 제외해 새로운 수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수치로 탈바꿈한 '재가공 보고서'는 사흘 뒤인 5월27일 청와대로 올라갔다.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문 전 대통령은 5월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소주성 정책을 추켜세웠다.

    비근로자 통계는 제외하고 근로자 통계로만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주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해 8월26일 당시 황 청장을 중도에 경질하고 강신욱 보사연 연구실장을 새 통계청장으로 발탁했다. 강 실장이 통계청 비공개 자료를 받아 '통계 마사지'를 한 지 3개월 만이었다. 

    황 전 청장은 경질 다음날 열린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울먹였고, 같은 날 강 신임 통계청장은 경제장관회의에서 "장관님들 정책에 좋은 통계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배 의원은 "국가통계 왜곡은 정권이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를 보여 주는 척도"라면서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봐도 문재인정권 사람들은 소주성·탈원전·최저임금 인상을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신앙으로 숭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