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당대회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겠다"… 당분간 백의종군할 듯정치생명 최대 고비… 2024년 총선 출마 위해선 尹과 신뢰 회복이 과제 섣부르게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어쨌든 나경원은 소중한 보수의 자산
  • ▲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선거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향후 그의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불출마 결정으로 나 전 의원은 당내 '친윤' 세력과의 갈등 국면이 확산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후보 등록도 못한 채 출마 의지를 접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나 전 의원은 일단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이며 2024년 총선 출마 등 후일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언급한 것에도 이런 의중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선거는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로 사실상 좁혀졌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이번 당대표선거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 전 의원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당대표 불출마 시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양강전으로 될 것 같은데 누구를 지지하거나 도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할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나 전 의원은 "제 불출마 결정은 어떤 후보라든지, 다른 세력의 요구나 압박에 의해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저는 우리 보수 정당 국민의힘을 무한히 사랑하는 당원이다.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결정했다"고도 언급했다.

    나 전 의원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위해서는 '반윤 낙인'을 극복하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 회복이 이루어지느냐 여부에 달려 있지만, 이미 떠난 '윤심'을 돌리기에는 현재로서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하자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하는 초강수를 두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현직 대통령이 집권 여당 당대표선거에 개입한다는 '당무 개입' 논란을 감수하고 등판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대통령실도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이날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침묵하는 등 여운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초선 48명(다음날 2명 추가돼 50명)이 나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성명을 낸 이후 나 전 의원의 당내 입지도 줄어들었다. 이날 초선뿐만 아니라 재선의원들도 나 전 의원 비판성명을 검토하다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의 정치생명은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치인으로서 생명이 한풀 꺾였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윤석열정부에서 사실상 정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나 전 의원의 2024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는 "5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이 나 전 의원의 정치생명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나 전 의원의 정치생명이 이번에 완전히 끝났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정치는 중장기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언제든지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있듯이 상황을 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정치생활을 완전히 은퇴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정계 은퇴는 아니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경원은 중요한 보수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