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25일 당사서 불출마 선언… "용감하게 내려놓겠다""선당후사, 인중유화 정신으로 새로운 미래 찾아 긴 여정"나경원, 막판까지 출마 여부 고민… '반윤' 이미지 결정적'尹 해임'에 초선 50명 성명 압박… 여론조사도 1위→3위
  • ▲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단상을 떠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단상을 떠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서 당대표선거 출마를 고민하던 나경원 전 의원이 결국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0여 일, 과연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며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은 "오늘 저의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 생각한다"며 "저는 역사를 믿고 국민을 믿는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저의 진심, 진정성은 어디서든 변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정말 어렵게 이뤄낸 정권교체다. 민생을 되찾고 법치를 회복하고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이 소중한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러 보내서는 안 된다"며 "건강한 국민의힘, 윤석열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고 언급했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당대표선거는 일단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양강 구도로 좁혀지게 됐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전 출마 선언문과 불출마 선언문 두 가지를 모두 작성하고 출마 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막판 불출마로 방향을 튼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하는 형태로 출마했을 경우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출마를 강행해 패배하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선거는 '당원투표 100%'로 결정하는데, 나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저출산 대책으로 '헝가리식 대출 탕감'정책을 정부와 조율 없이 발표했다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불쾌감 표시에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하는 등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하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나 전 의원에게 '반윤' 이미지가 씌워졌다.

    '반윤' 주자 이미지는 나 전 의원이 지난 17일 윤 대통령의 해임과 관련 "대통령 본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같은 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48명(다음날 2명 추가돼 50명)도 같은 날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했다.

    초반에는 1위였던 여론조사도 '윤심'이 떠난 이후 김기현 후보는 물론 안철수 후보에게마저 뒤처지면서 3위로 밀려난 것도 나 전 의원의 출마 의지를 꺾은 요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