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15일 공개된 시사저널 인터뷰서 김정은 심리 상태 추측"北 미사일에 한미 확장억제력 강화…여기서 김정은 심리적 불안감"리용호 처형설엔 "아직 처형은 모르겠지만, 숙청은 확인 됐다""北 세습통치, 김정은에서 끝날 것…20·30대 중추 됐을 때 北 붕괴"
  •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리 상태에 대해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30여 차례에 걸쳐 7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윤 대통령이 흔들리지 않고 한미 확장억제력이 강화되자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불안감이 생긴 것 같다"고 진단했다.

    태 의원은 15일 공개된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태 의원은 "북한은 항상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임기 초반 기선 제압을 하려고 한다. 남북관계 주도권을 쥐려는 거다. 문재인 정부 때는 6차 핵실험까지 하면서 엄청나게 흔들었다"라며 "지난해 5월9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도 같은 패턴을 보인 것이다. 30여 차례에 걸쳐 7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건 북한 상황에서 굉장히 많은 거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거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이 비례 대응에 나서고, 한미 확장억제력도 강화했다. 여기서 김정은이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불안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처형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아직 처형은 모르겠지만, 숙청은 확인이 됐다. 리용호와는 영국에서 같이 근무했었다. 2004년에서 2007년까지 그가 대사였고, 내가 부대사였다"며 "리용호는 1994년 제네바 미·북 고위급회담부터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까지 북한과 미국의 모든 협상에서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 전 외무상에 대해 "미국을 알고 세상을 아는 몇 안 되는 실력파 북한 외교관이다. 리용호의 부친 리명제는 3층 서기실의 실장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자리이고 김정일 가정의 집사인 셈"이라며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와도 연고가 깊었고 김정은을 어릴 때부터 돌봐줬다. 그런 관계가 있는 리용호를 처형했다면 북한에 남아있을 사람은 없는 거다. 북한 엘리트층이 속으로는 더 이상 김정은과 함께 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태 의원은 이어 "처형까지 가지 않고 리용호의 숙청 사실만으로도 북한 외교관들의 심리적 동요가 클 것이다. 앞으로 협상파도 강경파로 줄을 설 것이고, 미·북 관계,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은이 강경하게 가려고 할 때 어느 누가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겠나. 이러한 상태가 상당 기간 갈 수 있다. 처형이 사실이라면 곧 증명될 거다. 북한은 처형설이 돌면 그 사람을 보란 듯 내보인다. 침묵이 계속되면 사실인 것"이라고 확신했다.

    태 의원은 북한 세습통치가 김정은 세대에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정은이 급사해 유고 상태가 된다면 과도기로서 2인자인 김여정한테 넘어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저는 김정은에서 북한 세습통치가 끝날 거라고 본다"며 "김정은에게 세습될 때는 모든 사람이 '또 3대로 넘어가네' 하면서도 외국에서 평생 공부했기에 북한을 개혁·개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근데 자기 아버지보다 더한 것 아닌가. 피비린내 나는 가문 싸움까지 있었다. 북한 사람들이 모두 봤고, 이제는 기대가 없다"고 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말부터 공식 석상에 둘째 딸로 알려진 김주애를 등장시켜 후계자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시각엔 "아니라고 본다. 미리 후계를 정하면 불리한 측면이 많다"며 "김정일은 누구도 후계자로 확정하지 않다가 2008년 건강이 악화되자 막내아들인 김정은에게 줬다. 김주애를 데리고 나오는 건 북한 주민들에게 '세습이 4대까지 간다'는 걸 알리기 위한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스스로 붕괴할 거라 보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당장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20·30대가 중추세력이 됐을 때 붕괴될 거다. 북한의 2030세대는 북한의 모든 교육이 먹혀들지 않는 세대다. 그들이 배우는 커리큘럼과 교육 내용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1960·70년대의 북한을 가르친다. 무상 치료·교육·주택을 얘기하는데 제가 북한 외교부 부국장이었던 2013년 한 달 월급이 2900원이었다. 당시 1달러가 3200원이었다. 연금은 한 달 600원이다. 2030세대는 지금 북한이란 국가와 체제에 대한 신뢰, 믿음이 전혀 없다. 이 2030 컴퓨터 세대가 앞으로 북한의 중추세력이 됐을 때 북한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최근 영국 일간지에서 "김 위원장이 술을 먹고 외로움에 시달린다"며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그러한 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김정은이 실제로 '혼술'(혼자 술을 마심)을 많이 한다고 한다. 술동무가 없지 않나. 북한에 동년배 친구가 없다. 상당한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며 "또 김정은 사진을 보면 살이 쭉 빠졌다가 늘어났다가 하기도 하는데 이것만 봐도 식생활이 절제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폭주다. 대단히 불안한 심리 상태의 표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