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성·최우향 공소장 국회 제출…범죄수익 275억 은닉 과정 드러나김만배, 변호인 접견 통해 측근 이한성·최우향에 범죄수익 은닉 지시화천대유서 수표 인출 해 소액수표로 교환…부동산 매입, 대여금고에 보관이한성·최우향, 검찰 전면 재수사 나서자 "김만배 재산 철저히 지키겠다"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상윤 기자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상윤 기자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구치소 수감 중 변호인을 접견하는 수법으로 측근인 이한성 화천대유 대표,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쌍방울그룹 전 부회장)와 범죄수익 은닉 방법을 수시로 논의한 정황이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12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한성씨와 최우향씨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화천대유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이 집행된 것처럼 가장해 수표를 인출 한 뒤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소액 수표를 대여금고 등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총 275억원을 은닉했다. 

    공소장을 보면, 우선 김만배씨는 검찰이 2021년 9월 대장동 사업 수사에 본격 착수한 이후부터 화천대유나 천화동인1호 자산에 대한 범죄 수익 환수 조치에 대비해 범죄수익을 은닉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2021년 11월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는 변호인 접견을 통해 이씨와 최씨 등에게 범죄 수익 은닉을 지시했다. 김씨가 변호인 접견을 이용한 것은 대화 내용이 녹음되지 않고 서류 열람과 필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씨는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구속 기소, 수사팀 변경, 추징보전 청구 등 수사 상황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이씨 등에 지시했고, 이씨 등은 지시를 받을 때마다 각자 역할을 분담해 김씨의 지시를 이행했다.

    이씨는 수표 출금 및 교환을 담담했다. 최씨는 변호인들을 통해 김씨에게 은닉된 범죄 수익 현황을 보고하는 동시에 김씨의 지시를 받아 다시 전파했다. 이한성씨와 함께 화천대유 공동대표를 맡은 이성문씨는 숨겨진 수표나 부동산을 관리했다고 한다.

    이들은 김씨 사건을 변론하거나 화천대유와 자문 계약을 맺은 변호사들의 조언에 따라 적법한 자금 집행인 것처럼 이사회 의사록, 주주총회 의사록 등 관련 서류를 만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화천대유 계좌에서 출금된 다수의 수표들은 다시 수백장의 소액 수표로 잘게 쪼개져 교환됐다.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지난해 10월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헬멧을 쓰고 마중나온 쓴 최우향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지난해 10월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헬멧을 쓰고 마중나온 쓴 최우향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성·최우향·이성문 세 사람은 소액수표로 교환된 수표를 차명 오피스텔과 차명 대여금고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분산 보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김씨는 또 변호인은 통해 빼돌린 범죄 수익을 부동산이나 사채 등에도 투자해 추가 이익을 내도록 '재테크'까지 지시했다.

    김씨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추징보전으로 계좌가 동결돼 잔금을 제때 치르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변호인에게 미리 에스크로(안심결제) 계좌로 송금하도록 했다. 특히 김씨는 대장동 B1 블록 수익금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지시했다.

    김씨 일당은 2021년 11~12월 59억원을 인출한 뒤 2022년 6월과 7월 83억원과 40억원을 순차적으로 인출했다. 2022년 10~11월에도 63억원을 추가로 빼돌렸다. 이렇게 빼돌린 245억원은 화천대유 등 계좌에서 수표로 출금된 것이다. 이밖에 최씨는 2022년 10월 화천대유 계좌에서 김씨 계좌를 거쳐 자신의 계좌로 송금된 30억원을 별도로 숨겼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지난 2일 김씨의 범죄 수익 275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이씨와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김씨의 대학 후배로 김씨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인물이다. 최씨는 쌍방울 대표, 쌍방울그룹 부회장 출신으로 지난 2021년 10월 김씨의 첫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헬멧을 쓴 채로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김씨를 호위해 주목 받았다.

    최씨와 이씨는 작년 7월 검찰이 기존 수사팀을 교체하고 전면 재수사에 나서자 범죄수익 잔고 및 사용처, 관리 방법 등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변호인을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엔 "김씨 재산은 마지막까지 철저히 지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