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등 무소속·민주당 의원 12명, 국회서 '2023 굿바이전 인 서울' 전시회윤석열 누드, 尹 배 위에 앉아 있는 김건희 등 그려… 주최 측, 철거 거부사무처 "특정 개인 또는 단체 비방 땐 사용 금지" 규정 들어 긴급 철거野의원·작가들 "국회 본질 망각, 예술인 억압, 야만적 행위" 원색비난
  • ▲ ⓒ고경일 작가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 ⓒ고경일 작가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국회에서 공동 주관한 전시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나체로 묘사한 그림이 전시되자 국회 사무처가 긴급 철거했다.

    이 전시회에는 윤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를 감싼 채 한 마을에서 칼을 휘두르는 그림 등이 포함됐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는 9일 오후부터 13일까지 5일간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2023 굿바이전 인 서울' 전시회를 열 예정이었다.
     
    전시회는 민주당 소속인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 주관했다.

    이 전시회에는 작가 30여 명의 정치풍자 그림이 전시될 예정이었는데, 윤 대통령 부부와 현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풍자 그림이 다수 포함됐다.

    그 중 한 그림에는 윤 대통령이 나체로 조선 왕실의 어의(御衣)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다만 얼굴은 A4 용지로 가린 채 전시했는데, '사정상 안쪽의 이미지를 보여 드릴 수 없습니다. 궁금하시면 들춰 보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또,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배 위에 앉아 있는 그림 등도 전시에 포함됐다.
  • ▲ ⓒ고경일 작가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 ⓒ고경일 작가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그러나 문제의 그림들은 8일 오후 주최 측과 국회 사무처 간 승강이 끝에 철거됐다.

    앞서 국회 사무처는 이날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무소속 민형배의원실에 수차례 '시정 요구'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사무처는 공문에서 "국회의원과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 제6조 제5호를 위반할 수 있는 작품은 전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귀 의원실에 의원회관 제2로비의 사용을 허가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나 해당 규칙에 의거해 전시작품들을 8일 오후 11시까지 자진철거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알렸다.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를 근거로 자진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해당 내규에는 '사무총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회의실 및 로비의 사용을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그 중에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제6조 5호)'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의원회관 로비에 설치한 전시회 작품들을 철거히지 않았고, 이날 밤 강제철거됐다. 

    이와 관련,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한 작가는 9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사무처에서 작품을 무단으로 철거했으며 작품들은 사무처에서 따로 보관 중이라고 알려왔다"며 "공동 주관한 열두 명의 의원들과 일체의 합의도 없이 공문을 보냈다는 명분으로 철거 만행을 저질렀다"고 힐난했다.
  • ▲ ⓒ고경일 작가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 ⓒ고경일 작가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해당 전시를 공동 주최한 야당 의원 12명은 9일 "국회는 민의를 대변한다"며 "이 같은 국회의 본질적 역할을 망각한 채 예술인을 억압한 국회 사무처의 오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국회 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국회사무처의 이번 행태는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를 몰수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 낙인 찍은 1989년을 떠올리게 한다"며 "과거 퇴행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전시를 공동 주최한 서울민예총은 지난해 문재인정부와 정권 인사들을 비판했던 기자들을 조롱·희화화한 캐리커처를 전시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서울민예총은 2022년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시 메이홀에서 '굿바이 시즌2'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기자·정치인·변호사 등을 그린 붉은색 캐리커처와 실명·소속사를 함께 게시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자협회는 같은 달 3일 성명을 통해 "이 전시회 내용들을 보면 소위 문재인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우스꽝스럽게 캐리커처하고 붉은색으로 덧칠해 적폐세력으로 묘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심지어 이들의 소속사와 이름까지 실명으로 게재하여 심각한 명예훼손에 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