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委 나경원 "출산하면 대출금 탕감" 간담회… 대통령실 "정부 기조와 달라" 반박나경원 "위원회 차원서 검토했다" MBC와 통화… 대통령실 "한 번도 회의 없었다" 부인대통령실 "개인 의견을 위원회 의견으로 포장… 왜 하필 '반윤 방송' 택했나?" 불쾌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와 조율 없이 저출산 대책을 내놓아 논란을 빚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야권 성향 매체를 통해 거짓 해명을 하고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의사를 보인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중책을 맡은 나 부위원장이 정부 정책과 다른 기조를 이야기한 것은 '그럴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나 의원이 거짓 해명을 한 것은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특히 공무원 신분인 나 부위원장이 공공연하게 대통령실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이는 언론사를 통해 거짓 해명을 하는 모습을 자기정치의 전형으로 본다"고 전했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신년 간담회에서 헝가리의 출산지원정책을 거론하며 ▲결혼 시 4000만원을 대출해 주고,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로 전환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 시 원금 전액 탕감 등을 언급했다.

    그러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6일 언론 브리핑을 자청해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나 부위원장은 7일 MBC와 전화 인터뷰에서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것인데, 개인 의견으로 치부한 것은 너무하다"면서 "대출원금 탕감정책은 위원회에서 계속 검토하겠다"고 천명했다. 해당 보도를 통해 나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나 부위원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위의 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자신의 '개인 의견'을 '위원회 의견'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 부위원장이 친야 성향을 띠는 매체들을 통해 이 같은 말을 흘리는 것 자체를 고깝게 보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7일 MBC와 전화 통화 외에도 지난 6일 KBC 광주방송과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과 관련해 "좀 더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나 부위원장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언급한 매체들 모두 대통령실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MBC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해 11월에는 MBC 기자가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서는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고, 비서관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언쟁이 오갔다.

    또 나 부위원장이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을 시사한 KBC 광주방송이 지난해 9월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에 '공감'을 선택한 응답률이 52.7%가 나왔다. 그러자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통계 왜곡'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논란 상황에서 나 부위원장이 자신과 관련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전한 매체가 이렇다"며 "나 부위원장의 정치경력을 보면 우연이라고 보기도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