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KBS 인터뷰는 불공정" 주장에 KBS 앵커 '펄쩍'이재석 앵커 "정 비대위원장, 인터뷰장르 이해 못한듯"공언련 "등가성·공정성·반론권 확보 안돼‥ 불공정보도"KBS직원연대 "인터뷰 순서·시간·질문·자막까지 편파적"
  • ▲ 지난해 12월 25일 방송된 KBS '뉴스9'의 '뉴스를 만나다' 코너에 금속노조 거제 통영 고성 조선하청지회 부회장이 출연해 이재석 KBS 주말앵커와 인터뷰를 갖는 모습. ⓒKBS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 지난해 12월 25일 방송된 KBS '뉴스9'의 '뉴스를 만나다' 코너에 금속노조 거제 통영 고성 조선하청지회 부회장이 출연해 이재석 KBS 주말앵커와 인터뷰를 갖는 모습. ⓒKBS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의 방송 모니터링 자료를 근거로 "KBS '뉴스9'가 불공정한 인터뷰를 했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당시 인터뷰를 진행했던 KBS 앵커가 "부당한 비판"이라고 반박하자, 공언련이 "'뉴스9'의 인터뷰는 등가성(等價性)과 공정성은 물론 반론권도 확보하지 않았다"며 "KBS 측이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정부를 등장시켜 반론권을 보장했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재반박에 나섰다.

    공언련은 지난 6일 배포한 성명에서 "KBS '뉴스9'의 이재석 앵커가 지난 1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공언련의 지난해 12월 27일자 모니터링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며 이 앵커가 (공언련의 자료를 토대로) '정 비대위원장이 KBS의 인터뷰는 불공정 보도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른 부당한 부당한 비판'이라고 언급한 것을 문제삼았다.

    정 비대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지난 1일 미디어오늘 취재진과 통화한 이 앵커는 "정 비대위원장 논리대로라면 매번 찬반을 주장하는 사람이 같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며 "(찬반 양론이 대립하는 사안이 있을 때) 양쪽을 모두 부를 수 있으면 모두 부르는 것이고, 어느 한 쪽의 사람의 입장을 듣자면 들을 수 있고, 나중에 반론을 가진 사람의 입장을 들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석 앵커 "정진석, 인터뷰 장르에 대한 이해 떨어져"


    이는 앞서 정 비대위원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KBS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다루면서 노란봉투법이 처리되면 불법파업이 줄고 노사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일방적 입장만 보도했다"며 지난해 12월 25일 KBS '뉴스9'가 경영자나 사업자는 배제한 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만 불러 의견을 청취한 것은 '방송 공정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지적한 것.

    이 앵커는 "(이틀 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KBS '뉴스9'에 출연해 경영계와 정부 측의 입장을 전한 점을 들어) 그런 식으로 총체적으로 봐야지, 어느 특정일만 똑 떼어서 왜 이날 이 사람을 불렀느냐는 것은 인터뷰 장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일"이라며 "인터뷰는 긴 기간을 갖고, 해당 프로그램을 총체적으로 봐서 균형감이 있느냐 총체성이 있느냐에 대해 분석해야 하는 것이지, 특정일 특정시간을 똑 떼어서 그것 만으로 품평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비평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공언련은 "방송심의규정 9조 2항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과 같은 사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므로, 당연히 양쪽 입장을 듣고 국민이 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찬반이 첨예하게 나뉘는 특정 주제를 다룰 때 양쪽 입장을 동일한 시간대에 함께 다루어야 등가성과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勞 카운터파트인 경영계 인사 대신 장관 불러 인터뷰


    공언련은 "양쪽의 입장을 날짜를 달리해 방송할 경우, 특정 이슈의 주목도는 시점별로 차이가 발생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중요 뉴스가 발생해 특정 이슈에 대한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져 등가성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에 함께 소개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시차를 두고 양쪽의 입장을 각각 듣고자 한다면, 미리 고지해 최대한 등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 공언련은 "하지만 당시 KBS '뉴스9'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언련은 "나아가 KBS 내 보도국 간부회의 기록을 보면 애초에 반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며 "KBS 측은 25일 노동계 대담 후, 뒤늦게 '민주노총 인터뷰를 보면서 반론권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26일 월요일 고용노동부 장관 섭외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공언련은 "그런데 KBS 측이 밝힌 반론은 그 대상이 잘못됐기 때문에 반론권을 제대로 보장한 것도 아니"라며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영자 편이 아니다. 따라서 노동계에 대한 반론은 경영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언련은 "노사 양쪽을 모두 아울러 균형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가 어떻게 노동계의 반론대상자가 된다는 말이냐"며 "이러고서 KBS는 반론을 보장했다고 억지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 대담은 8분 55초… 정부 측 대담은 6분 11초 방영

    "이런 이유로 KBS는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정부를 끌어들여 정부와 노조의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정부 관계자를 출연시킨 KBS를 비판한 공언련은 "그나마 이 두 개의 대담조차 공정하지 못했다"고 또 다른 문제점을 짚었다.

    공언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KBS '뉴스9'에서 방영된 노동계 대담은 (중요 뉴스로 분류되는) 앞에서 5번째에 배치된 반면, 이틀 후 방영된 고용노동부 장관 대담은 중요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15번째로 배치됐다.

    또한 정부 측과의 대담은 6분 11초가량 방영된 반면, 노동계 대담은 8분 55초로, 정부 측보다 40%가량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공언련은 "이러고서 KBS는 당시 보도가 공정했다면서 공언련을 상대로 인터뷰 장르를 모르는 '무식한 집단'으로 인식되도록 묘사했다"며 "불공정 방송과 간판 앵커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방치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관련자 모두를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유치원생보다 더 유치한 KBS 앵커의 억지"


    최철호 공언련 상임위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KBS 직원연대'도 "이재석 앵커의 주장은 억지이자 궤변"이라며 총 6가지 이유를 들어 이 앵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5일 '유치원생보다 더 유치한 KBS 앵커라는 자의 억지'라는 비난조의 성명을 낸 KBS 직원연대는 "지난해 12월 28일 112번째 성명 '너절리즘으로 찌든 KBS의 끔찍한 일주일'을 통해 12월 25일 방송된 민주노총 인사의 인터뷰가 노조면책특권법(노란봉투법)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는데, 지난 1일 이재석 앵커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며 "KBS와 국민의힘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이재석 씨의 비판은 결과적으로 우리 성명에 대한 비판이 되기에, 그가 미디어오늘을 통해 늘어놓은 궤변이 얼마나 유치한 억지에 불과한 것인지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했다.

    KBS 직원연대는 "이재석 씨는 12월 25일 민주노총 인터뷰에 이어 12월 27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인터뷰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총체적 맥락을 보고 비판해야 한다 ▲재반론을 청취하는 등 공정성을 기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인터뷰 장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며 "과연 이재석 씨가 주장하는 총체적 맥락의 실체가 어땠는지 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방영 시기·시간·구성 모두 차별적으로 진행"

    "첫째, 아이템의 시간 배분이 문제였다"고 지적한 KBS 직원연대는 "민주노총 인사 인터뷰는 8분 35초가 진행된 반면, 노동부 장관 인터뷰는 6분 11초였다"며 "민주노총 인터뷰가 노동부 장관 인터뷰보다 거의 40%가 더 길었다"고 주장했다.

    "둘째, 민주노총 인터뷰는 5번째 아이템(일요일), 노동부 장관 인터뷰는 15번째 아이템(화요일)에 방영됐다"고 밝힌 KBS 직원연대는 "두 아이템 간 중요도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난다"며 "노동부 장관의 인터뷰는 로컬타임 전 마지막 아이템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KBS 직원연대는 "셋째로 민주노총 인터뷰는 <뉴스를 만나다 "노란봉투법 제정해야">로 민주노총의 주장을 반영한 반면, 노동부 장관 인터뷰는 <앵커대담 이정식 노동부 장관>으로 이름만 표시했다"며 "출연자 입장에서 뭐가 더 좋은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고 비판했다.

    "넷째로 민주노총 인터뷰는 7개 질문이 주어졌고, 노동부 장관 인터뷰는 5개가 주어졌다"고 지적한 KBS 직원연대는 "애초에 시간 차이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지만, 민주노총이 자기주장을 할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해석했다.

    KBS 직원연대는 인터뷰의 '이슈 구성'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KBS 직원연대는 "민주노총 인터뷰는 노조면책특권법에 관한 질문이 6개에 출연자의 건강을 묻는 질문이 하나였다"며 "출연자가 당했다는 손해배상 소송 관련 내용을 달리 볼 여지가 있지만 그 역시 노조면책특권법 주장을 위한 도입부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당초 민주노총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인터뷰"


    "반면 노동부 장관 인터뷰는 중대재해법 관련 2개, 노조면책특권법 관련 2개 그리고 현 정부가 노동조합에 대해 강경대응을 한다는 힐난성 질문 하나로 구성됐다"고 세분화한 KBS 직원연대는 "민주노총 인사는 해외 사례, 왜 노조면책특권법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은 자기만의 주장을 마음껏 늘어놓을 수 있었지만, 노동부 장관이 노조면책특권법에 대해 반박할 기회는 극도로 제한됐고, 부족한 시간마저 다른 공격적 질문에 대응하는 데 써야 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KBS 직원연대는 "민주노총 인터뷰는 다음 날(26일) 뉴스광장 1부에 2분 46초로 요약 편집된 내용이 재방송됐지만, 노동부 장관의 인터뷰가 재방송된 흔적은 찾지 못했다"며 민주노총 관계자의 인터뷰만 한 번 더 전파를 탄 점을 지적했다.

    KBS 직원연대는 "이상의 내용을 보면 27일 노동부 장관의 인터뷰가 있었으니 25일 인터뷰가 형평성에 맞고 총체적으로 균형이 잡혔다는 이재석 씨의 주장은 억지이자 궤변"이라며 "질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문제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앵커의 태도 ▲인터뷰의 전개 ▲인터뷰 내용 요약 자막에서도 민주노총 관계자 인터뷰와 노동부 장관 인터뷰가 차별적으로 방영됐다"고 지적한 KBS 직원연대는 "종합적으로 보자면 민주노총의 인터뷰와 노동부 장관의 인터뷰는 계량적 측면, 기계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 측면까지 모든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민노총에 유리한 인터뷰였고, 심지어 노동부 장관의 인터뷰조차도 민주노총에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의심까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