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하자 쏜 방향으로 날아서 기지 골프장에 떨어져…“탄두 아니라 연소제 폭발”해명강릉 시민들 밤새 ‘북한 공격설’ 공포… 군 당국, 자칫 위험할 수 있었는데도 '침묵'
  • 한미 연합 미사일 사격에서 ATACMS를 발사하는 모습. ⓒ국방일보 제공.
    ▲ 한미 연합 미사일 사격에서 ATACMS를 발사하는 모습. ⓒ국방일보 제공.
    한미 연합군은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F-15K와 F-16C를 동원한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 및 정밀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이날 밤에는 연합 지대지탄도미사일 발사 훈련도 실시했다. 이때 한국군이 쏜 ‘현무-Ⅱ’ 단거리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겨눴던 동해상 방향이 아닌 반대편으로 날아가 공군기지 내 골프장에 추락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탄두가 떨어진 곳은 민가와 700m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군 당국은 밤새 이 사고에 대해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합참 “한미, 北의 IRBM 발사 도발 대응해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실시”

    합동참모본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는 지난 4일 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실시한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 및 정밀폭격 훈련에 이어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에서 우리 군의 ATACMS 2발, 주한미군의 ATACMS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여 가상표적을 정밀타격하고,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 전력의 대응 능력을 현시(顯示)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어떠한 장소에서 도발하더라도 상시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원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감시하면서, 상시 압도적인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합참은 보도자료에서 이날 사격 도중 ‘현무-2’ 탄도미사일이 추락해 폭발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강릉 공군 제18전투비행단에서 사격… ‘현무’ 폭발에 주민들 “전쟁 났나” 불안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한 곳은 강원도 강릉 소재 공군 제18전투비행단(이하 18전비)이었다. 훈련에서 우리 군은 ‘현무-ⅡC’ 미사일도 1발 발사했다. 하지만 ‘현무-ⅡC’는 발사 직후 동해 방향이 아니라 반대편인 육지 쪽으로 날아가다 기지 내 골프장에 떨어져 폭발했다.
  • 한미 연합 미사일 사격 중 추락한 현무-Ⅱ가 추락해 불타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영상캡쳐.
    ▲ 한미 연합 미사일 사격 중 추락한 현무-Ⅱ가 추락해 불타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영상캡쳐.
    군 당국은 “탄두가 폭발한 것은 아니고 미사일 추진체가 연소하면서 폭발처럼 보인 것”이라며 “지금까지 민간은 물론 기지 내에서도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강릉 주민들은 그러나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커다란 화염이 치솟자 불안에 떨었다. 소방서와 경찰서에는 신고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서는 ‘강릉 공군기지 폭발사고’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확산했고, 강릉 주민들 사이에는 북한 공격설이 돌기도 했다.

    미사일 사격 ‘엠바고’ 몰랐던 시민들 “軍과 언론, 뭐 하는 거냐” 비난

    이 소식이 밤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자 “군이 뭘 숨기는 거냐” “언론은 이럴 때는 왜 보도를 안 하느냐”며 군과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언론이 이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은 5일 오전까지 엠바고(보도유예)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이를 핑계로 밤새 사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5일 뒤늦게 해명에 나선 합참은 “현무-ⅡC 탄도미사일은 발사 직후 미사일 앞(동해상)이 아닌 뒤(육지)로 날아오면서 기지 내 골프장에 비정상적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합참 설명에 따르면 현무-ⅡC 미사일은 추락할 때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며 지상에 떨어졌다. 탄두는 발사지점에서 1km, 추진체는 1.4km 거리에서 발견했다. 이곳은 18전비 내 골프장 페어웨이였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그런데 탄두가 발견된 지점이 민가와 불과 700m 떨어진 곳이었다.

    현무-ⅡC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적의 인명·차량을 파괴하는 무기다. 미사일 1발로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탄두가 터졌더라면 대형 화재나 큰 인명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밤새 사고와 관련해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합참은 5일 오전에야 ‘현무-Ⅱ’ 추락 사고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군 당국자는 “이번 사고로 주민들이 많이 놀랐던 것으로 안다”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참은 그러나 현무-ⅡC가 쏜 방향과 정반대로 비행하다 추락한 원인에 대해서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측과 원인을 정밀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