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文에 1000만원 배상하라" 고법 원심 판결 뒤집고 파기환송"단순 의견 내지 입장 표명… 명예훼손 인한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려워"지난 2월 같은 사건 형사소송 무죄 판결… "불법행위 판단 신중해야"
  •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뉴데일리DB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뉴데일리DB
    대법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문 전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 전 이사장은 문 전 대통령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고법 판단 뒤집고 파기환송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회의에 참석해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이거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그야말로 시간 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발언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고 전 이사장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고 전 이사장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1심은 "원고(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됐다"며 고 전 이사장에게 3000만원을, 2심은 "'공산주의' 표현이 갖는 부정적 의미에 비춰 볼 때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수 없다"며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 내지 입장 표명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이를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표현의 자유' 한계 일탈 아냐"

    대법원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북한과 연관지어 사용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인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상 명예훼손 사실 적시로 단정할 수 없다"며 "사유재산제도 부정 등 공산주의 체제 핵심 내용들을 주장하거나 북한 체제 또는 주의·주장을 지지·추종하는 자라고 의미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고 전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 사건 무죄 판결 취지와 이번 판결이 동일하다"며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나 비판, 문제 제기와 그에 대한 당부의 판단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이뤄져야 할 부분이고, 이를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 행위로 평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월 검찰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 전 이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고 전 이사장은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