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정당 지원해 선거 승리 유도…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 약화시키려 시도""현지 주재 러시아 대사가 돈 줘"… WP, 美 정보기관 조사 결과 인용해 보도"2014~22년 8년간, 3억 달러 이상 들여 세계 20개국 선거에 개입"2014~22년 대선 치른 나라는 한국 2차례, 인니, 미얀마, 필리핀 4개국 뿐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2014년부터 올해까지 8년 동안 3억 달러(약 4170억원) 이상을 들여 세계 4개 대륙 20여 개국의 선거에 개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특히 아시아 한 국가의 대선후보에게는 수백만 달러를 후원했다고 한다.

    WP “러, 2014년부터 올해까지 3억 달러 들여 20여 개국 선거 개입”

    WP는 13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가 2014년부터 올해까지 20여 나라 특정 정당들에 3억 달러 이상을 비밀리에 후원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미 고위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이 당국자는 해당 내용은 미국 정보기관이 조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기간 4개 대륙에서 수억 달러를 추가로 후원할 계획을 세웠으며 은밀히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한 이 당국자는 “이는 러시아정부와 성향이 맞는 특정 정당을 지원,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만들고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러시아가) 대선후보에게 수백만 달러의 현금을 후원하기도 했다”면서 “현지 주재 러시아 대사가 돈을 줬다”고 덧붙였다.

    美당국자 “러, 한 아시아 국가 대선후보에게 수백만 달러 후원”

    신문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한 나라가 어디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문은 익명의 다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알바니아·몬테네그로·마다가스카르·에콰도르 등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17년 알바니아 대선과 총선 때 중도우파 정당에 50만 달러(약 6억9000만원)를 후원했다. 에콰도르의 2014년 지방선거와 2017년 대선 때는 현지 러시아대사관이 본국으로부터 거액을 송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 선거에 개입할 때는 유령회사나 싱크탱크 등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자금을 후원했고, 중남미·아시아·중동·아프리카 국가 선거에 개입할 때는 직접 현금을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美 “12월 민주주의 정상회의 때 내용 공개하고 논의할 것”

    이 당국자는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푸틴이 민주주의 국가를 안에서부터 조작하려고(an attempt to manipulate democracies from the inside)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 관련 “주권 침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세계 각국 국민들이 자신을 대신해 공통의 이익과 가치를 지키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택할 수 있는 권리를 없애려는 시도”라며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비난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2월 개최 예정인 ‘민주주의 정상회의’ 때 참가국들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고 공동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2022년 올해까지 아시아 국가 가운데 대통령선거를 치른 나라는 한국(2017, 2022)·인도네시아(2014, 2019)·미얀마(2015)·필리핀(2016) 등 4개국뿐이다. 

    일본에서는 2015, 2017, 2021년 중의원선거가 있었고, 말레이시아(2018)·태국(2019)·싱가포르(2020)에서는 총리를 뽑는 총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