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9월 초부터 12일까지 6000㎢ 국토 해방”…러 군 1만여 명, 하르키우 일대 고립BBC “우크라, 서방 제공한 무기·첩보 활용… 러의 병력 분산 배치가 이번 성공의 원인”
  • ▲ 우크라이나 당국이 9월 초 이후 수복했다는 영토. 6000㎢ 면적으로 서울의 10배 수준이다. ⓒ英BBC 관련보도 캡쳐-구글 지도
    ▲ 우크라이나 당국이 9월 초 이후 수복했다는 영토. 6000㎢ 면적으로 서울의 10배 수준이다. ⓒ英BBC 관련보도 캡쳐-구글 지도
    우크라이나 군이 반격 작전에 성공, 6000㎢의 국토를 수복했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전날 “3000㎢를 수복했다”던 우크라이나 군 발표와 비교해 2배 늘어난 면적이다. 이번 반격 작전을 두고 러시아군이 조만간 대규모로 항복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 반격 작전 성공…하르키우, 헤르손, 이지움 등 수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 야간 화상연설을 통해 “우리 군이 9월 초부터 오늘까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6000㎢ 이상을 해방시켰다. 우리는 계속 진격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1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밝혔던 ‘수복 영토 3000㎢’의 두 배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군이 수복한 영토는 대부분 북동쪽 하르키우 지역이다.

    포브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7일부터 하르키우, 이지움, 쿠피안스크 일대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총공세를 펼쳤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반격을 통해 러시아군 600여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지움 일대에서는 러시아 군수 공급망을 차단해 기동력을 무력화하는 한편 오크실 강의 남쪽과 서쪽, 북쪽에서 1만여 명의 병력을 포위한 상태라고 우크라이나군은 밝혔다. 또한 격전지였던 헤르손도 수복했다고 덧붙였다.

    포브스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지역이 러시아군의 돈바스 지역 침략용 핵심 군수 공급망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러시아는 키이우 점령을 서두르면서 군수 공급선을 너무 길게 늘어뜨렸다”며 “현재는 후퇴가 러시아군에게 가장 좋은 대안이지만 이 또한 오크실 강을 건널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오크실 강 주변을 장악한 상태라 러시아군의 후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BBC “우크라 반격 성공 첫 번쨰 비결은 서방 무기”

    BBC도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이지움과 쿠피안스크가 러시아의 돈바스 점령에 필요한 주요 군수공급 허브였다며 “이번 손실로 러시아군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 전력 향상의 열쇠는 러시아군의 보급망과 탄약창, 지휘소를 파괴하는데 서방이 제공한 무기와 첩보를 잘 사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주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올 여름 동안 400개 이상의 러시아군 주요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고속기동포병로켓(HIMARS)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전에는 러시아군이 포병 전력에서 항상 우위를 점했지만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포병 전력은 향상된 반면 러시아는 시간이 흐를수록 포탄 재고가 줄어들면서 전력이 역전된 상황이라고 방송은 분석했다. 방송은 이어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수백만 발의 포탄과 로켓을 구매하려 한다”는 미국 정보당국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우크라 반격 성공 두 번째 원인은 러의 전략적 실책

    방송은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 작전이 성공한 두 번째 원인은 러시아군의 전략적 판단이 잘못된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략 직후 몇 개월 동안 북동쪽 전선이 교착되자 동부 돈바스 지역에 배치해 놓았던 병력을 크름 반도와 인접한 남쪽 지역으로 분산 배치했는데 이 때문에 동쪽과 남쪽 전선 모두가 취약해졌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군은 이제 적지 않은 국토를 되찾았지만 앞으로는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장(戰場)의 대부분이 시골인 탓에 공격 측보다 수비 측에 더 유리하고 현재의 전선이 이동할 경우 양측 보급선이 길어지면서 상대편 기습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 군이 이제는 러시아군의 반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우크라 군 정보당국 “러 군, 대규모 항복…우크라 포로와 교환할 것”

    방송은 그러면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면서 현재 전세(戰勢)가 이어질 경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수복하고 승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군 정보당국에 따르면 수복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대규모로 항복하고 있다. AP통신은 “상당한 숫자의 러시아 군인이 항복했다”며 “러시아 군인들도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군 정보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통신에 “러시아군 전쟁포로는 러시아에 붙잡힌 우크라이나 장병들과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