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군, 8월 30일 중국 무인기 향해 사상 첫 사격…1일엔 중국서 날아온 무인기 격추대만 총리 “문제 발생 않는 한 우리는 도발 않아” 차이잉원 “中 회색지대 전술에 강력대응”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오른쪽)이 30일 대만 서부 펑후(澎湖)군도의 해군기지를 방문, 브리핑을 받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오른쪽)이 30일 대만 서부 펑후(澎湖)군도의 해군기지를 방문, 브리핑을 받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만군이 중국에서 날아와 영공을 침범한 정체불명의 민간 무인기를 격추했다. 지난 8월 30일 중국군 무인기를 향해 사상 최초로 사격을 한지 이틀 만이다. 대만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먼저 도발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자제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군 진먼방어사령부 “1일 낮 12시 3분, 중국서 날아온 민간 무인기 격추”

    미국의 소리(VOA) 등에 따르면 대만군 진먼방어사령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대만 진먼다오 섬 상공의 제한 공역에 정체불명의 민간 무인기가 진입해 이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진먼다오 섬은 중국 푸젠성의 샤먼시·취안저우시와 마주하고 있다.

    진먼방위사령부에 따르면 중국에서 날아온 무인기를 격추한 것은 1일 낮 12시 3분이었다. 사령부 측은 무인기를 향해 떠나라고 경고했지만 불응해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사령부 측은 “지난 8월 30일과 31일에도 중국에서 날아온 무인기가 제한 공역을 침임했다”고 덧붙였다.

    대만 총리 “우리는 절대 먼저 도발 않는다…中, 자제하는 법 익혀야”

    무인기 격추와 관련해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우리나라 총리에 해당)은 2일 가오슝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가 거듭 경고한 끝에 행한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쑤 행정원장은 이어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도발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자제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무인기가 우리 영공 안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돌아가 이를 내부선전에 이용했다”면서 “우리는 다시는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말 것을 (중국 측에) 요구했다. 차이이원 총통도 이미 공개적으로 반드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쑤 행정원장은 “(격추한) 무인기가 어느 나라 것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며 “허락을 받지 않고 영공을 침범하고 경고를 받고서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제규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잉원 “中, 대만 위협하려 무인기 보내 침입하는 등 회색지대 전술 사용”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지난 1일 성명을 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려고 무인기를 사용해 침입하면서 동시에 ‘회색지대’ 전술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이란 분쟁지역이나 갈등이 있는 지역에서 상대편이 먼저 공격을 하도록 도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지나해 영유권 분쟁 수역이나 대만해협 등에 민간 선박이나 항공기를 보낸 뒤 이를 관리·감독한다는 명분으로 정부 소속 선박 또는 항공기를 보낸다. 그 다음에는 이들을 지킨다며 무장한 해안경비대 선박 또는 항공기를 보내 상대방을 도발한다. 이에 상대편이 대응하려 하면 마지막으로 인민해방군 전투함이나 군용기를 보내 해당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한다.

    차이 총통은 “대만이 갈등을 촉발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방침이 중국의 도발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만군의 무인기 격추는 “중국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라”는 차이 총통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중국 무인기를 향해 돌팔매질밖에 못하던 대만군은 차이 총통의 지시가 떨어진 뒤 8월 30일 중국군 무인기를 향해 첫 경고사격을 가했고 9월 1일에는 격추까지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