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우디 방문한다는 외신보도 나와…미국과 사우디 균열 틈타 중동지역에서 영향력 확대하겠다는 의도시 주석이 2년 7개말 만에 사우디를 첫 해외순방지로 선택한 이유 …"10월 말 빈살만 방한전 미리 선수치려고"네옴시티, 원전, 방산무기 수출 등 사우디 잭팟 차지하려고 한중 대격돌 …"정부, 왕세자 방한시 총력전 펼쳐야"
  •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시진핑 중국 주석ⓒ트위터 캡처
    ▲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시진핑 중국 주석ⓒ트위터 캡처
    한국과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이라는 '큰 손'을 잡기위해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개발과 원전 사업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무기수출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빈 살만 왕세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이유에서다.

    사우디의 빈살만은 '왕'이 아닌 '왕세자'이지만 거의 모든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현재 왕세자는 ▲제1부총리 ▲국방부장관 ▲왕실직속 경제개발협의회 회장 ▲왕실직속 정치안보협의회 의장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의 최고 위원장이다. 

    특히 빈살만 왕세자는 국방부장관으로써 방산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반 세기동안 사우디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세계에서 무기를 구매해왔다. 빈 살만은 이러한 관행에서 탈피해 자국에서의 무기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해 방위산업 육성계획을 세웠다. 

    이에 그는 SAMI(Saudi Arabia Military Industries)를 설립했다. SAMI는 사우디 국영종합무기개발 및 제조기업이다. 원래는 일부 무기체계의 국내 생산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빈 살만 왕세자가 2030년까지 전체 무기구매 예산의 50%를 자국산 무기 구매에 지출한다는 '버전2030' 계획에 따라 보병용 화기부터 항공우주, 해양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그렇다면 사우디가 방산자립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기존에 무기를 구매해오던 서방국가와의 관계가 틀어져서 사우디가 방산자립을 결심하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06년 영국의 중대비리조사청(SFO)은 영국 최대 방산업체<BAE>의 뇌물 살포 혐의를 조사하던 중 <BAE>가 10년 동안 연간 20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사우디 왕실의 스위스 계좌로 흘러보낸 정황을 포착했다. SFO는 이를 조사하려고 하자 사우디 정부는 72대의 영국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도입계획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됐다. 

    이와 관련해, 신인균 국방전문가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SFO수사를 무산시켰지만 영국 가디언지가 이를 한번 더 폭로하면서 양국 관계는 틀어졌고, 2004년 이후 영국은 사우디에 무기수출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부연했다.

    독일의 경우도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가 인권탄압 국가 사우디에게 무기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얼어붙었다. 사우디에게 많은 무기를 수출하면서 수혜를 봤던 미국의 경우도 예전 같지 않다.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 사이는 껄끄러워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대선 후보 당시 빈살만 사우디 왕가에게 '카슈끄지' 살해의 책임을 묻고 국제사회에서 왕따 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참고로 카슈끄지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으로써 결혼식 서류를 발급 받으려고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찾아갔다가 영사관 내에서 살해 당했다. 

    바이든은 카슈끄지 살해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왕세자는 전 세계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와 패트리엇 PAC-3미사일을 철수하면서 지난해 8월 사우디는 안보에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예멘 후티 반군이 수도 리야드를 포함해 주요 도시에 공격을 퍼붓는데 이를 막을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방공무기를 모두 철수시킨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을 사우디에 보내 석유증산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가 설리번 보좌관에게 고성을 지르며 격분했다고 전해진다.

    바이든과 빈살만 왕세자 사이의 냉랭한 기류는 여전히 흐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유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사우디를 직접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원유 증산 요청을 왕세자가 단칼에 거절했다.
  • 사우디아라비아ⓒ구글 맵 캡처
    ▲ 사우디아라비아ⓒ구글 맵 캡처
    이에 사우디가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안보 ·경제 파트너를 찾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사우디와 중국이 가까워지고 있는 행보가 포착됐다.

    미국과 사우디 사이에 생긴 균열을 틈타 시진핑 주석이 중동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영국 일간 가디언지의 지난 11일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조만간 사우디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미국 허드슨 연구소 마호메드 선임 연구원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중동을 전략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지정학적 관점에서 중동은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우디를 한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시기에 방문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인균 국방전문가는 "미국과 유럽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다가 사우디 방산시장을 잃어버린 가운데 중국이 이 공백을 메우려고 한다"며 "11월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방문하기 전 미리 선수를 치려고 시 주석이 지금 사우디를 방문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한국무기는 가성비가 좋고 애프터서비스가 좋기로 소문이 나 지난 7월 ▲K2전차(현대로템) ▲FA50 경공격기(한국항공우주산업·KAI) ▲K9자주포(한화디펜스)를 폴란드에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한 바 있다. 

    따라서 무기분야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한국이 사우디 방산시장을 진출하기 전 시 주석이 빈 살만 왕세자를 미리 찾아가 그의 마음을 잡겠다는 게 신인균 국방전문가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번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 방문이 네옴시티와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한국에 밀리고 싶지 않아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빈살만 왕세자가 방한하는 주된 이유도 네옴시티와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함이다.지난 10일 <매일경제신문>은 빈 살만 왕세자가 10월 말에서 11월께 방한 일정을 잡고 윤석열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의제를 설정하고 있는데 네옴시티 건설과 원전건설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가 주요 의제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옴시티는 총 사업비가 무려 5000억 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인근에 서울의 44배 면적 미래도시를 짓는 프로젝트다. 1차 완공목표는 2025년으로, 도시에 필요한 주택·항만·철도·에너지 시설 등 대규모 입찰이 현재 비밀리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인프라 프로젝트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네옴시티에 들어서는 초고층빌딩을 비롯해 다수의 주택·플랜트 사업 수주를, 삼성전자는 스마트시티에 접목되는 인공지능·반도체·가전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바닷물을 이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해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이 되겠다는 네옴시티 목표에 맞춰 현대차 그룹도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내건설사들은 '네옴시티' 수주전에 참가하며 지난 몇년간 해외건설부문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위축됐던 건설업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한다.

    여기에 사우디는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하는 12조 원 수주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 18일 한국전력은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개발 사업을 따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한국이 사우디가 추진 중인 12조원 규모의 원자력 발전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만 3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 입장에서는 사우디 원전 수주가 절실히 필요하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5월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에 12조 원 규모의 원전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냈다. 그러나 프랑스는 높은 원전 공급단가를 제시했고, 중국은 사막에서 원전을 건설해 본 경험이 없다.

    때문에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은 한국과 러시아의 2파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 방문을 서둘러야 하는 까닭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사우디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각계각층 전문가들은 빈살만 왕세자 방한 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네옴시티 관련해, 김갑성 연세대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기업들이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국가가 외교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인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12조 규모의 원전건설 수주 관련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사우디에서도 낭보가 전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방산무기 수출 관련해 신인균 국방전문가도 "한국 방산업계의 쾌거인 ‘폴란드 잭팟’의 몇 배 이상 규모가 될지 모르는 ‘사우디 잭팟’을 잡아야 한다"며 "정부와 방산업계가 혼연일체로 힘을 모아 빈살만 방한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