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진짜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尹 '담대한 구상'에 김여정 담화문… '윤석열' 실명 거론하며 원색비난태영호 "北,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입장 발표… 尹정부 길들이기 본격화""비핵·개방 3000과 비교하며 면밀히 분석… 김정은 마음 흔들린 것"
  •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 나온 김여정.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 나온 김여정.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김여정이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담대한 구상’을 두고 “허망한 꿈 꾸지 말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대통령실을 필두로 통일부·외교부 등 정부 부처와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무례하다”고 반박하는 한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심사숙고해볼 것을 권했다.

    김여정 “담대한 구상? 실현 불가능한 어리석음의 극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19일 김여정 명의의 담화문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를 보도했다. 

    김여정은 담화문을 통해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을 폄하하면서 윤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여정은 “이번에 윤석열은 온통 ‘공산세력과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한 것’ 따위의 궤변과 체제 대결을 고취하는 데만 몰념(몰두)했다”며 “차라리 입을 옹다물고 있는 편이 체면을 유지하는 데 더 이로웠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가장 역스러운 것은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넘게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고 지적한 김여정은 “그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담대한 구상’을 두고 “10여 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폄하한 김여정은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놓은 것도 가관이지만, 거기에 제 식대로 담대하다는 표현까지 붙여 놓은 것을 보면 진짜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고 윤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필두로 통일부·외교부 “무례한 표현… 자중하라” 경고

    김여정이 이처럼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천박한 표현으로 비난하자 대통령실과 통일부·외교부가 견해를 내놨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 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북한은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했다.

    통일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김여정 담화에 따른 견해를 내놨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오늘 북한이 무례한 표현으로 우리 대통령을 비난하고 ‘담대한 구상’에 호응해오는 대신 우리의 구상을 왜곡하고 오히려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북한의 이런 태도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고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 부대변인은 “북한은 이제라도 우리의 ‘담대한 구상’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북한의 미래에 직결된 사안임을 인식하고 심사숙고하라”고 촉구했다.

    외교부도 의견을 밝혔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김여정의 담화 내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김여정 담화, 모두 까기 모드… 아주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권영세 통일부장관도 김여정의 담화를 두고 “(김여정이) 전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을 소위 ‘모두 까기 모드’로 비판했다”며 “아주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권 장관은 “우리 대통령을 비난하고 ‘담대한 구상’을 왜곡해서 비판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런 일은 북한에도 좋은 일이 아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대단히 안 좋은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한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여정의 담화는 윤석열정부 길들이기”라며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면밀히 분석 중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태영호 "담대한 구상 나온 후 통전부 업무 복귀한 듯"

    태 의원은 “이번에 나온 김여정 담화 내용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조목조목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로 일관되어 있지만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과 비교하면서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은 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그러면서 “김여정이 ‘우리의 반응을 목 빼들고 궁금해하기에 오늘 몇 마디 해주는 것’이라고 운을 뗀 대목이 인상 깊은데, 지금까지 대통령의 대북 제안에 북한이 이런 신속한 입장 발표를 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 의원은 “어쩌면 북한 통전부(통일전선부)가 ‘담대한 구상’이 나온 후 본격적인 업무 복귀에 들어간 듯하다”면서 일단 북한이 총체적으로 윤석열정부 길들이기 작전을 시작한 것 같다고 내다봤다. 

    태 의원은 “김여정이 3일 만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김정은의 마음을 흔들어 초기 목적은 일단 달성한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