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두 성악가 만남, 27일 마포문화재단 'M클래식축제'로 합동 공연
  • ▲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바리톤 김기훈.ⓒ마포문화재단
    ▲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바리톤 김기훈.ⓒ마포문화재단
    같은 성악가의 길을 걷고 있는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본명 윤태현·50)과 바리톤 김기훈(31)이 서로의 도플갱어로 분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마포문화재단은 27일 오후 8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제7회 M클래식축제'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사무엘 윤 & 김기훈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선보인다.

    독일어 도펠겡어(Doppelgänger)에서 온 '도플갱어'는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같은 시대와 공간에서 타인은 볼 수 없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것을 뜻한다.

    사무엘 윤은 "기훈 씨와 제가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역대가 낮은 베이스 바리톤과 바리톤이 함께 부르는 합동공연은 국내외에서 흔치 않은데, 어떤 무대를 꾸밀까 고민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도플갱어'가 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연 1부에서는 슈베르트의 '도플갱어'부터 슈트라우스 '내일'까지 주로 혼자 부르는 독일가곡 8곡을 두 명이 나눠 부른다.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절망에 빠진 한 남자가 희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2부는 도니제티, 모차르트, 로시니, 구노, 베르디 등 오페라 아리아로 구성했다.

    김기훈은 "처음 제안을 받고 '도플갱어' 콘셉트가 많이 와닿아 흔쾌히 참여하게 됐다. 전형적인 성악 공연에서 벗어나 한 가곡을 함께 부르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내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연기를 통해 보여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공연을 직접 기획한 사무엘 윤은 "정적인 가곡을 동적인 오페라처럼 만드는 시도"라며 "기본적으로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곡들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내일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코로나19로 고통받았던 분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바리톤 김기훈.ⓒ마포문화재단
    ▲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바리톤 김기훈.ⓒ마포문화재단
    쾰른 오퍼 종신 가수 사무엘 윤은 2012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주역을 맡으며 '바이로이트의 영웅'으로 불린다. 지난 5월에는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 가수(캄머쟁어)' 칭호를 받았다.

    올해 3월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된 사무엘 윤은 "15년 넘게 타지에서 유학생들에게 마스터클래스를 열며 도우미 역할을 해왔다. 당장의 반짝거림을 보지 말고 음악가로서 가져야할 인성과 배움을 강조한다.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김기훈은 연세대 음대,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차이콥스키·오페렐리아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했으며, 지난해 '성악계 콩쿠르의 끝판왕' BBC 카디프 싱어 오브더 월드 월드 아리아 부분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그는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좋은 성과를 낼 때마다 항상 슬럼프가 찾아왔다. 슬럼프를 겪고 나니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계속 성공가도를 달렸다면 자만하고 예의가 없거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초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5년 사무엘 윤이 진행한 마스터클래스 뒤풀이에서 시작됐다. 이후 김기훈은 사무엘 윤에게 진로 고민을 털어놓거나 조언을 구했으며, 사무엘 윤은 물리적 거리는 멀었지만 그에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클래식은 듣는 것에 익숙하지만 요즘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기 때문에 더욱 재미가 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일반 대중이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김기훈)

    "클래식의 관객 수가 많이 줄었다는 건 음악계 관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다. 클래식의 새 돌파구로 기존의 것을 버리고 무작정 새로운 것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레퍼토리로도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사무엘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