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비롯한 의원·당직자 등 350여명 사당2동 주민센터 인근서 수해 복구악취 진동하는 지하 침수 물건 옮겨…주호영·권성동 등 지도부 솔선수범주호영, '이준석과 만남' 등 현안 질문엔 침묵…"장소 안 맞는 질문 말라"
  • ▲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 중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이종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 중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11일 수도권 수해 지역 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당 지도부를 비롯해 보좌진까지 팔을 걷어붙이며 오랜만에 민생에 집중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당 내홍을 일단락한 후 어려운 계층을 돕는 기조를 우선해 새로운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근 집중적으로 쏟아진 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주민센터 앞에 집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대출·송석준·김승수·최춘식·김영식·배준영 의원 등 당 소속 국회의원 40여명과 당협위원장·보좌진·당직자 등 350명 이상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내홍 시달리던 與, 오랜만에 민생에 집중

    초록색 새마을 운동 모자를 착용한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두 번 다시 준비 없는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 국민의힘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흉내만 내지 말고 해 떨어질 때까지 정말 내 집이 수해를 입은 것처럼 최선을 다해 일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수재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이해하면서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하거나 사진 촬영도 삼가 달라"며 "국민의힘이 어려움을 당한 국민과 함께한다는 인정을 받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어려울 때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정신이고 민주공화국 모습"이라며 "동작을 비롯해 이번에 수해를 입은 양평, 여주 등 여러 지역이 빠른 시간 안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 ▲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 한 상가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뉴데일리DB
    ▲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 한 상가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뉴데일리DB
    악취나는 지하 창고서 침수된 물건 나르며 구슬땀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당 중앙재해대책위원장을 맡은 정희용 의원 지휘 아래 5인 1조로 사당2동 주민센터 곳곳에 수해 현장에 투입됐다. 의원들은 특히 피해가 심한 남성 시장 안 상가에 있는 '삼정유통'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지하 물류센터가 있는 곳으로 하수 역류와 각종 물품이 물에 잠겨 현장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의원들은 건물 밖→입구→계단→지하→창고 순으로 한 줄로 서서 물에 잠겼던 짐들을 빼내는 작업을 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군인들과 함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상에 있는 의원들은 고무장갑을 끼고 흙탕물을 뒤집어쓴 생필품 등 옮겨진 짐들을 물로 닦아냈다. 1시간여 작업한 의원들의 옷은 진흙으로 지저분해졌으며 땀에 범벅인 채로 생수를 찾기도 했다.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되자 몇몇 의원들은 다른 피해 장소를 찾아 이동했고 사당2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주 비대위원장은 봉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 장소는 지하 식자재 창고인데 1시간 일했는데도 (물건을) 5분의 1도 꺼내지 못했다"며 "재해를 막지 못하면 피해가 엄청나다고 생각했고, 수재는 예방에 드는 비용이 훨씬 적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이런 재난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현안 질문에 답하지 않으며 봉사에만 집중

    주 비대위원장은 현안 관련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준석 대표와 만날 계획'을 묻자 "이 자리에서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고, '비대위원 인선'에 대한 질문에도 "장소에 안 맞는 질문은 제발 안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뿐만 아니라 (취재진) 여러분도 욕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도 "마트 사장님이 고마워하고 우리가 많이 도우니 얼굴에 조금 웃음이 피는 모습을 보면서 '아, 참 봉사활동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비대위원 선임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간 당 내홍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은 국민의힘이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집권당으로서 이제부터라도 민생을 돌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 시절인 지난 2020년 8월 전남 구례군 구성마을 침수현장과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수해 복구활동을 벌인 바 있다. 

    그간 윤석열 정부 국정 동력을 뒷받침하지 못한 집권당이 민생 현안에 힘을 쏟아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봉사활동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으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은 "여기를 막아 놓고 뭐 하는 건가. 보여주기를 하는 거냐"라고 소리 지르며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