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MBC뉴스 '게이트 키핑' 문제 지적"동아보다 2시간 늦었는데‥ '단독' 달고 보도""5년 전 채널A 보도와 흡사한 특파원 리포트"
  • 2017년 11월 21일 채널A가 방송한 미국 총기박람회 보도 화면(상단)과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한 미국 총기박람회 보도 화면.
    ▲ 2017년 11월 21일 채널A가 방송한 미국 총기박람회 보도 화면(상단)과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한 미국 총기박람회 보도 화면.
    타사가 2시간 전에 보도한 내용을 버젓이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보도한 방송사.

    5년 전 타사가 보도했던 것과 똑 닮은 해외 박람회 리포트를 두고, 뉴스룸 국장이 "어려운 섭외를 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방송사.

    신생 지역 방송사나 개인 유튜브 채널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공영방송 MBC에서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기능이 약화된 것처럼 보이는 '이상 징후'들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MBC노동조합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에 따르면 MBC는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민간인이 동행했던 사실을 보도하며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문제는 이 보도보다 1시간 넘게 빠른, 오후 6시 9분에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신문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MBC노조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동아일보가 이미 저녁 6시 직후에 같은 기사를 게재했다"며 "도대체 MBC가 무엇을 단독 보도했다는 말이냐"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담당 기자가 기사를 쓸 때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면서도 "뉴스데스크 방송을 시작하는 저녁 7시 40분까지 1시간 반이 넘도록 MBC 보도국(뉴스룸)의 직원 수백 명 가운데 단 한 명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5년 전 기사와 비슷해도 '칭찬'"


    MBC노조는 지난 4일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왕종명 워싱턴 특파원의 '버지니아 총기박람회 현장취재 리포트'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MBC노조에 따르면 이날 <아이 데리고 '총기 쇼핑'‥안전 위해서라지만>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방영된 직후 "어디서 많이 본 뉴스"라는 반응이 인터넷에 올라왔다고.

    "어제 MBC 뉴스를 보다가 데자뷰 느낌이 들어서 찾아봤다. 채널A에서 5년 전에 특파원이 했던 뉴스. 내가 본 거더라. 인터뷰랑, 시연 포즈까지 똑같음."

    이 네티즌은 "어린이들이 총에 익숙해지는 문제를 지적한 점과 외국인도 총을 살 수 있는 시연까지 두 개의 리포트가 똑같았다"며 특파원이 자신과 같은 외국인도 총을 구입할 수 있는지를 물어 보고 이를 시연하는 장면은 5년 전 채널A의 보도와 복사본처럼 유사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MBC 사내에서는 아마도 채널A에서 일했던 카메라맨이 MBC 특파원 사무실로 옮겨왔기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밝혔다. 앞뒤 정황상 해당 카메라맨이 왕 특파원 대신 기획과 취재 섭외를 한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왕종명 특파원이 뉴스데스크 앵커를 할 때 사상 초유의 '앵커멘트 녹화방송'을 하는 등 평범하지 않은 면을 보인 점도 그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고 MBC노조는 강조했다.

    그런데 보도 이튿날 열린 MBC 뉴스룸 편집회의에선 해당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극찬'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MBC노조는 "이날 박성호 뉴스룸 국장은 '그런 거 섭외 굉장히 어렵다. 워싱턴 특파원들 다 해보지 못한다. 높이 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5년 전 기사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사가 그렇게 높이 살 대상인지 의심스럽다"고 비꼬았다.

    "더구나 박성호 국장은 전임 워싱턴 특파원"이라고 강조한 MBC노조는 "보통 특파원들은 부임하기 전 자사나 타사 전임자들이 어떤 기사를 썼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박 국장은 그런 보통 특파원들과 달랐던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MBC노조는 "덕분에 MBC는 5년 전과 비슷한 기사를 쓰고도 '공개 칭찬'을 받는 언론사가 됐고, 2시간 늦게 보도해도 '단독'이라고 우기는 회사가 됐다"며 "지금 MBC에서는 극심한 편파보도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고 씁쓸해 했다.

    "최저임금위 논의 내용 잘못 전달"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에도 뉴스데스크는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내용을 보도하면서 명백한 '오보'를 내 질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담당 기자는 "노동자 위원들이 최저임금을 1만890원에 제시한 반면 사용자 위원들은 9160원 동결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보도 이전에 사용자 위원들이 전년 대비 1.1% 오른 9260원을 제시했다는 게 미디어특위의 지적이다.

    미디어특위는 "MBC 보도와는 달리 SBS는 '노동계는 회의 시작 때는 1730원 인상안을 주장했다가 (중략) 경영계도 동결에서 100원 오른 9260원까지 올리는 데는 찬성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며 "취재 미흡인지 고의적 오보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실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MBC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개인 유튜브 방송이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비난한 미디어특위는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편파방송에만 열을 올리고 방송에 대한 기본 원리를 무너뜨린 박성제 사장에게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