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우크라이나전쟁 계기로 전세계 공급망 교란 위기 느낀 미국, 프렌드쇼어링 대안 강구해글로벌 공급망과 전 세계 두 진영으로 분리…전 세계 GDP 감소와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도 제기돼"자유무역보다 자유가 더 중요해"…중국과 러시아 배제한 공급망 재편과 경제블록화 필요성 대두
  • ▲ 세계경제 두 진영으로 분리ⓒ픽사베이
    ▲ 세계경제 두 진영으로 분리ⓒ픽사베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시키고 자국의 동맹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프렌드쇼어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렌드쇼어링'이란 친구의(friend)와 기업의 생산시설을 의미하는(shoring)을 합친 단어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간 촘촘하고 안정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이로써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진영과 중국·러시아 같은 독재 전제국가 진영으로 나뉘어진다. 이처럼 세계공급망과 경제가 두 블록으로 분리되는 현상 관련해, 일각에선 전 세계 경제를 퇴보시키는 것이라는 주장과 자유무역보다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박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위기를 몸소 체험했다. 이에 미국은 동맹국끼리 힘을 합쳐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자며 내놓은 대안이 바로 '프렌드쇼어링'이다. 즉, 상호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끼리 뭉쳐 공급망을 구축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원자재·상품 확보의 안전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해 4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특정 국가가 원자재 등에 대한 지위를 이용해 미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는 많은 국가와 공급망 프렌드쇼어링을 강화하면 시장 접근을 안전하게 확장할 수 있다"며 '프렌드쇼어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이 프렌드쇼어링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와 주요 광물, 특히 희토류다. 희토류는 반도체·스마트폰 등 첨단제품의 핵심재료인데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0%를 담당한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희토류 생산량을 절반가량 감축했다. 

    미국은 이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로 해석했고, 곧바로 희토류 생산이 많은 호주, 캐나다 같은 우방국들과 공조에 나섰다. 특히 미국은 우방국 간 희토류와 리튬·니켈 조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쉽도 출범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도 프렌드쇼어링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족 문제를 동맹국인 한국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 ▲ 프렌드 쇼어링ⓒ픽사베이
    ▲ 프렌드 쇼어링ⓒ픽사베이
    그러나 세계 경제가 두 블록으로 쪼개질 경우 전 세계 경제가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경제의 블록화로 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이 5% 감소해 4조달러(5150조 원)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WTO는 미국의 경우 GDP가 1% 줄어드는데 그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7%, 인도는 9% 감소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의 타격이 선진국보다 클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성장률이 6.9%, 독일은 5.1%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성장률은 최대 7.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프렌즈쇼어링이 인플레이션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싼 중국에서 비싼 자국이나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경우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이 추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0달러에 팔린 아이폰5를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으로만 만들면 2000달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글로벌 공급망의 장점은 각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산업에 집중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프렌드쇼어링’으로 이런 장점이 퇴색되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 GDP가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이 촉발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으로의 재편과 경제블록화가 중요하다는 반박의견이 나왔다. 그동안 미국을 포함한 서방진영들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독재 전제국가가 자유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게 되면 정치시스템이 자유민주주의로 바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부를 축적한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로 독재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했고, 자유민주주의 이웃나라들을 괴롭히는'깡패국가'로 변했다. 일례로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고, 중국은 차이나머니를 주는 대가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빈곤국들을 식민지화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자유무역을 통해 독재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이란 판단은 오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경제블록화를 추진하려는 셈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경제성장포럼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의 "자유는 자유무역보다 더 중요하다"는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중국의 대안시장이 필요하고,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