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사신 분" 박지원에… 하태경 "법적 책임 묻겠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정원이 정치인·기업인·언론인 등 사회 각계 인사의 존안(存案)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활동 하면서 가급적 고소·고발 같은 것은 자제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번 박 전 원장의 발언은 너무 심각했다"며 "저와 나누지도 않은 대화를 날조해서 그동안 쌓아왔던 국민과의 신뢰관계에 치명적 흠집을 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에 정치인·기업인·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 존안자료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며 "국정원 X파일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 못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다 카더라, 소위 증권가 정보지에 불과한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회에서 '만약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합니다'라고 했더니 하태경 정보위원회 간사가 자기는 그렇게 안 살았다며 '왜 내가 이혼당합니까?'라고 해 제가 '의원님 복잡하게 사신 분 아닌가. 한번 공개해볼까요?'라고 했더니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하 의원은 "박 전 원장과 '복잡하게 살았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공직을 통해 취득한 국가의 기밀을 언론의 관심 끌기용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 의원은 "오죽하면 국정원에서 전직 원장에게 경고 논평까지 냈겠나"라며 "그런 치욕스러운 지적을 당하고도 공개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명백한 허위날조에 대해서는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사과'라는 단어는 썼지만 허위날조한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거짓말만 보탰다"고 지적한 하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개인과 가족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 당한 사람으로서 박 전 원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고 조속히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X파일' 거론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가 몸담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정원과 국정원 직원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앞으로는 공개발언 시 더 유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박 전 원장의 사과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정원장 자리는 그만두고 나온 순간부터 하는 모든 이야기가 업무상 취득한 정보가 된다"며 "오죽하면 국정원이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나"라고 꼬집었다.

정 최고위원은 "국정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며 "(국정원직원법 제17조)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박 전 원장의 발언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국정원장이라는 자리가 3년 정도는 봐도 못 본 것처럼, 들어도 못 들었던 것처럼, 또 하실 말씀이 있어도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며 "국정원과 관련된 얘기는 앞으로도 안 하시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