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대, 곡물 약탈하며 대기근 초래할 기세?…해바라기씨유, 채소까지 다 쓸어가농기계도 약탈하고, 곡물 저장고는 미사일로 공격…1930년대 홀로도모르 악몽 재현?세계 식량난 위기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UN 사무총장, 직접 협상 나서
  • ▲ 홀로도모르, 굶어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거리에 널려있다ⓒ위키피디아 캡처
    ▲ 홀로도모르, 굶어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거리에 널려있다ⓒ위키피디아 캡처
    러시아군대, 곡물 약탈하며 대기근 초래할 기세?…해바라기씨유, 채소까지 다 쓸어가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곡물과 농기구를 훔치며 '대기근'을 초래할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식량을 바닥 내 우크라이나인을 굶주리게 함으로써 반러 저항 기세를 꺾을 심산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주요 곡창지대 중 한 곳인데 러시아 군인들이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을 약탈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40만t을 약탈했다고 추산했다. 

    현재 러시아는 훔친 곡물을 해외에 팔고 있다. 미국 매체 CNN에 따르면 약탈한 곡물 가운데 약 3만t을 시리아에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실은 러시아 선박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중동의 다른 나라들로 공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농부에게서 불법적으로 곡물을 약탈해 처분하려는 러시아 행동을 규탄한다"며 "러시아 곡물을 고의로 사려 하는 국가는 공범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씨도 탈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유 최대 생산국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를 봉쇄해 해바라기씨유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식용유 공급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해바라기씨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러시아는 폭등한 해바라기씨를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해 자국으로 옮기려고 준비 중이다.

    아울러 러시아는 전쟁 이후 채소 가격이 상승하자 우크라이나 채소도 쓸어갔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보도에 따르면 엘레나 엘렉첸 크림반도 산업정책장관대행은 우크라이나에서 거의 300t의 채소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 ▲ 파괴된 농장ⓒFrance 24캡처
    ▲ 파괴된 농장ⓒFrance 24캡처
    농기계도 약탈하고, 곡물 저장고는 미사일로 공격…1930년대 홀로도모르 악몽 재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비싼 농기계도 빼앗아 가고 있다. CNN은 "러시아군이 멜리토폴시에서 대당 30만 달러(약 3억 7000만원)짜리 콤바인 수확기 등 총 500만 달러(약 63억원)에 달하는 농기계 장비를 훔쳐갔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점령지나 교전지역 곡물 저장고를 겨냥해 미사일을 쏘고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격전지인 루한스크주의 3만t의 곡물창고는 파괴됐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밭에 지뢰를 심어놓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곡물전쟁을 펼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이제 우크라이나 국민이 굶주림에 빠지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 같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바닥 내는 '대기근'을 초래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굶겨 대러 저항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1932~33년 대기근으로 10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을 굶주려 죽었던 '홀로도모르(기아에 의한 대량살인)'를 연상케한다고 평가했다. 당시 이오시프 스탈린 정권은 가혹한 수탈로 대기근을 초래했고 수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아사했다. 우크라이나 역사연구소에 따르면 배고픔을 참지 못해 자기의 자식마저 잡아먹는 부모도 있었다.이러한 식인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2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곡물 약탈이 1930년대 악몽을 재현시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 ▲ 러시아와 협상 중인 UN사무총장ⓒUN사무총장 트위터 캡처
    ▲ 러시아와 협상 중인 UN사무총장ⓒUN사무총장 트위터 캡처
    세계 식량난 위기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UN 사무총장, 직접 협상 나서

    더 나아가 세계 식량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요제프 슈미트후버 FAO 시장·무역 담당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 봉쇄해 약 2500만t의 곡물의 수출길이 막혔다고 전했다.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곡물에 의존하는 가난한 국가들의 식량 위기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밀 생산량 2위 인도가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자국 내 식량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밀 수출 금지'결정을 내렸다. 이에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들도 식량 위기를 직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더불어 지난 12~14일 독일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의에서 전 세계 식량부족 문제가 주요 의제로 상정됐다.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긴급하게 필요한 곡물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G7은 이에 대항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은 러시아 당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을 열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