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한 불만 기자들에게 토로… 법조계 "검사들, 적반하장이라며 화냈을 것"
  • ▲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현 기자
    ▲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현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입법 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이 유폐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낭패감을 드러냈다. 검찰 내부에서 검수완박 입법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29일 "검수완박 입법 추진과 이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법무부장관이 유폐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범계, 전국고검장회의에서 '나는 유폐된 사람' 표현

    박 장관은 "제가 전국고검장회의에서 '나는 유폐된 사람이다' 이런 표현을 했다"며 "나름대로 궁리도 하고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했지만 결국 그런 상태가 됐다"고 토로했다. 

    검사들이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자신과 다르게 반대의견을 계속 내자 자신의 상황이 '유폐된 것 같다'며 에둘러 검찰을 비판한 것이다.

    검찰은 전날에도 검수완박 입법안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검은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 수정안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원안의 차이를 따졌다.

    대검이 지적한 원안과 수정안의 주요 차이점은 △송치 사건의 보완수사는 허용하되 사건의 동일성이 없으면 보완수사를 금지한 점 △고소인·피해자와 달리 '고발인'은 경찰 수사에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게 한 점 등이다.

    "현행법상 항고나 재정신청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전제로 제기할 수 있는데 이의신청을 못하게 되면 항고나 재정신청 역시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 대검은 "헌법상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이어 "수정안이 이의신청, 시정조치 미이행, 불법구금 의심으로 인한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보완수사만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범죄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대검은 이날 검찰 구성원 3000여명의 호소문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이날 대검 정책기획과는 검찰 구성원 3000여명으로부터 받은 호소문을 취합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개 이메일을 통해 전달했다. 

    호소문에는 "국회의장이 대한민국 헌법과 헌법정신의 최후 보루로서, 사회 각계각층·시민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을 위한 결정을 해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28일 하루에만 검수완박 두 차례 비판

    헌법재판관을 지낸 강일원 검찰인권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날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기 검찰인권위 1차 회의에서 "검수완박은 다수당의 일방적 의도로 진행돼 피해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 헌정사를 통해 검찰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소수권력의 편에서 권한을 남용한 어두운 역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회고한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수년 동안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제한하고 기소독점주의도 완화하는 입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강 의장은 이어 "그런데 이런 제도 개선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형사사법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입법(검수완박)이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와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민 의견수렴을 배제한 채 국회 다수당의 일방적 의도로 진행되고 있는 개정안은 피의자 보호에 유리할 수 있지만 피해자 보호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태도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수완박 입법을 두고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전체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법조계 최고위 인사인 법무부장관이 불만을 토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뉴데일리에 "검찰 조직의 최고지휘자인 법무부장관이 검사들의 고민이나 아픔은 헤아려 주지 않고 '유폐된 것 같다'며 언론플레이나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내기 전에 본인의 행실부터 되돌아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오늘 박 장관의 발언을 들은 검사들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며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