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은 평화조약 아니다… 김정은 서명한다고 핵·화학무기 사라지지 않아”“이상주의는 반드시 현실에 뿌리를 둬야”… 북한·중국 위주 文 대외전략 비판“쿼드 정상회의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해야” 윤석열정부에 조언
  •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2020년 10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빈소에 조문을 할 당시 모습이다. ⓒ박성원 기자.
    ▲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2020년 10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빈소에 조문을 할 당시 모습이다. ⓒ박성원 기자.
    전 주한 미국대사가 한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을 비롯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타기 외교전략 등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는 속히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재가동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종전선언은 평화조약 아냐… 김정은 서명한 종이 한 장에 현혹되지 말아야”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주최 화상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과 친중 외교전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고 뉴시스 등이 전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종전선언을 두고 “김정은이 서명한 종이 한 장에 현혹되지 말라”고 비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들었던 종전선언에 서명을 하면 무엇이 변할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한 해리스 전 대사는 “종전선언은 평화조약이 아니다. 여기에 서명해도 휴전상태는 물론 북한의 핵·화학·생물학무기는 여전히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어 “올 들어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10기가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이 아니다”라며 “문재인정부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또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 한미연합 대응태세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협상 결과로 연합훈련이나 제재가 줄어드는 것은 괜찮다. 그게 협상하는 이유”라고 전제한 해리스 전 대사는 “하지만 단지 상대편을 협상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연합훈련과 제재를 먼저 줄이지는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그러면서 “이상주의는 반드시 현실에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文정부, 남북관계와 한중관계에만 집중… 새 정부, 빨리 한·미·일 정상회의 열어야”

    이어 문재인정부가 한미 안보동맹보다 북한과 관계 증진에 더 무게를 두고, 최대 교역국 중국과 동맹국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힘을 너무 썼다고 비판한 해리스 전 대사는 사드(THAAD·종말고고도요격체계)와 관련해 중국에 3불 약속을 한 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 축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을 그 사례로 들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아시아를 순방할 때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5월 일본에서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간 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이때 아예 한·미·일 정상회의를 조기 개최해 세 나라 간의 안보협력체제를 신속히 복원하자는 것이다. 

    해리스 전 대사는 또한 한·미·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신속대응군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세 나라에 상시 주둔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미·일 전투기가 함께 한 나라 영공에서 작전하는 방안 등도 제안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독도 문제와 동해 표기 등을 두고 “한국과 일본은 성가신 문제는 다음으로 미루고 공동방위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나는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폄하하지 않는다. 이는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전제한 해리스 전 대사는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김정은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확장 억지의 현실과 전략적 억지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