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 수사 못하면 피해자 고통 늘어… 자리 연연하지 않을 것"'검수완박' 전국 18개 검찰청 지검장 등 모여 오전부터 릴레이 회의
  • ▲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모두발언중인 모습. ⓒ강민석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모두발언중인 모습. ⓒ강민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 검찰조직 전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 그간 친정부성향으로 분류됐던 검찰 수뇌부들마저 '검수완박'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검찰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께까지 장장 8시간 동안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회의실에서 '전국지검장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지검장들은 이날 "검찰 수사기능 폐지 법안이 성급히 추진되면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며 "국회에서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는 실체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사건 관계인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필수 절차"라며 "검찰의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게 되면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직접 청취할 수 없는 등 사법정의와 인권보장을 책무로 하는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된다"며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날 회의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만약 검찰의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 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오수 "총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검수완박에 자리까지 걸었다

    김 총장은 또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 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며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되면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날 지검장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지검장들 중 일부는 지검장회의가 시작하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충분한 검토 없이 갑자기 법을 바꿔버리면 혼란과 부패 수사 역량 약화로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것"이라며 "일선 검사들의 여러 목소리를 검찰총장께 가감 없이 전달해 잘못된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정환 대전지검장도 "'검수완박'은 헌법정신과 가치를 훼손한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은 수사권의 핵심인 체포와 구속, 압수수색영장 청구권을 검사에게 부과한 것이다. 헌법이 검찰 중심으로 수사기구를 운영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 ▲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현 기자
    ▲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현 기자
    박범계 후배 이정수도 검수완박에 반대 의견

    대한민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도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에 반대 의견을 모았다. 이정수 서울지검장과 1·2·3·4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40분간 회의를 갖고 전날 있었던 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의 검수완박 반대 의견에 동의하기로 했다. 

    이 지검장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고교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전원은 지난 10일 오후 5시부터 8시30분까지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대면·비대면 회의를 진행하고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이 지검장에게 전달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이 지검장에 제출한 의견서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수완박이 실현된다면 국가의 범죄 대응 및 국민의 인권 보호가 후퇴할 것"이라며 "70여 년간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 운영됐던 형사사법체계의 개편작업은 다양한 의견수렴과 합의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썼다.

    부장검사들은 이어 "정치권 내부의 논의만이 아니라 법원·변호사·검찰·경찰·학계·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검수완박에 찬성 견해를 표현한 바 있다. 박 장관은 당시 “(검수완박의) 본질은 검찰 수사 공정성의 문제”라며 "법관에게 좋은 재판을 위한 방편으로 사법권의 독립이 있듯, 검사에게는 좋은 수사가 본질이고 그를 위한 방편의 문제가 논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수사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을 추진 중이다.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입법 방향을 확정 짓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