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국 대응 위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협력 선언한 뒤 두 번째 공동성명세 나라, 공동성명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비난…이외에 AI, 사이버, 로봇 기술 협력도
  • ▲ 2019년 6월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AGM-183A ARRW를 B-52H에 탑재하고 시험발사에 나서는 모습. ⓒ美공군 제공.
    ▲ 2019년 6월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AGM-183A ARRW를 B-52H에 탑재하고 시험발사에 나서는 모습. ⓒ美공군 제공.
    지난해 9월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던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협력체 AUKUS(이하 오커스)가 이번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최첨단 군사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지원이 중국의 패권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협력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임을 성명에서 드러냈다.

    美·英·호주, “극초음속 미사일 포함 최첨단 군사기술 개발 협력”

    호주 ABC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전화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내고 “극초음속 미사일 및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요격) 기술을 비롯한 최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호주 정상은 성명을 통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뿐만 아니라 사이버전, 인공지능(AI), 양자기술, 해저로봇기술 등 최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 나라 정상은 “우리는 인권과 법치, 강압적이지 않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국제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러·中 앞서고 美 추격하는 양상

    ABC와 가디언 등 호주와 영국 매체들은 오커스의 이번 성명을 두고 러시아와 중국이 선도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서 경쟁력을 최대한 빨리 높이는 한편 이를 요격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러시아가 가장 앞서고 있으며, 중국, 북한이 뒤를 따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킨잘’을 두 차례 사용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DF-17 개발을 마치고 실전배치를 한 상태이며, 북한은 올해 초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던 2018년 8월부터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AGM-183A ARRW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1년 세 차례의 시험발사 모두 실패했다. 2022년 3월 시험발사는 성공했지만 미국 측이 러시아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 이어 러시아까지 대응할 오커스…한국 참여는 어려울 듯

    오커스가 지난해 9월 처음 출범할 당시 가장 크게 반발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55조원 상당의 재래식 추진 잠수함 판매계약을 날려버린 프랑스도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는 결국 무역 문제였다. 반면 중국은 인도·태평양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영연방 중심국과 미국, 호주가 반중전선을 펼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은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협력 성명에도 즉각 반응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중국 속담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일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를 보면서 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세계 다른 지역을 이런 위기로 이끌지도 모를 일들을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러시아처럼 중국도 자신들 생각에 안보에 위협이 되면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협박으로 풀이됐다.

    호주와 영국 언론들은 오커스의 이번 성명을 두고 미국과 영국, 호주의 반중전선이 반러전선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이런 오커스의 전선 확대를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국도 참여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국제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쿼드(QUAD)를 결성했다. 미국, 호주, 일본, 인도가 포함돼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월 18일 “쿼드를 확대하기 위한 절차는 없다”며 현재 4개국 이외 다른 나라의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커스는 쿼드보다 더 긴밀한 군사협력을 하는 공동체다. 한국이 여기에 가입하는 건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