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최후변론처럼 의견 진술" 서증조사 반발하며 퇴정… 김만배도 문제제기혐의 규명 없이 공방만 반복… 재판 장기화 우려
  •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10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10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재판에서 검찰이 피의자들의 혐의와 관련한 주요 증거들을 제시했다.

    특히 검찰은 이날 예고한 대로 150건에 달하는 주요 증거를 무더기 제출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 없이 기존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전부였다.

    더구나 서증조사는 이미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밝혀진 인터뷰와 문건 등을 재차 공개하는 것에 그쳐 검찰이 '윗선'과 '몸통'을 밝혀낼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재판의 내용과 절차 등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만 이어지며 재판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고인들 "검사가 최후변론하는 것처럼 의견 진술해서는 안 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이날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17회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정 회계사와 다른 피고인들의 변론을 분리한 후, 검찰이 제출한 서증 가운데 일부에 관해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 측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검사가 증인신문이 모두 끝나고 최후변론하는 것처럼 의견 진술을 하는 절차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변호인 측은 "형사소송법상 증인신문 도중에 검사가 직접 신청해 증거서류를 조사할 경우 낭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 측 증거 설명을 지켜보자며 공판을 진행했다. 이후 검찰은 △민간사업자 모집 이전 단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 △사업 협약 경과 △주주 협약 경과 및 내용 △공모지침서 작성 순으로 서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민간사업자 모집 이전 단계를 설명하며 "2012년 7월 성남시가 대장지구 1공단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시행하려 했는데, 공동 개발은 불가했다고 판단했다"면서 "유 전 본부장은 정 회계사 등을 위해 토지 공공개발을 주장하고 인터뷰도 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 남 변호사 등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유동규 측 "공소사실 인정 안 한 부분 전제로 설명해서는 안 돼"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이에 "공소사실에 있어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전제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내세워 다시 항의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서 객관적인 증거에 대한 설명을 하는 식으로 고려하고 (서증조사 진행을) 해줬으면 한다"고 중재했다.

    그럼에도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반발을 계속하며 "(정영학을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은) 변론 분리로 인해 공판 절차상 분리가 된 상황인 만큼, 저희 피고인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면 퇴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이어 "절차 참여권도 없는 상태인 만큼 다른 피고인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서증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절차적으로 의견 진술을 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서 소송 진행을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한 후 법정을 나섰다.

    유 퇴정하자 김만배도 문제제기 "검찰 서증조사 방식 수긍 어려워"

    유 전 본부장 측의 퇴정 후 이어진 서증조사에서 검찰은 "위례개발사업의 분양가 산정방식에 따라 개발이익은 약 1300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상개발이익은 조성원가에 따른 사업 비율 산정 방식"이라며 "대장동지구 특성은 (이와 같은 예상개발이익 산정 방식이) 무시된 것으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개발이익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김만배 씨 측 변호인이 "검찰은 최종변론처럼 증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검찰의 의견을 담아서 계속 설명하는 것은 피고인 입장에서 그런 설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변론 분리가 된 상황이라) 못한다"고 반발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의 중재에 따라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 의견을 말씀드리더라도,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못한다면 계속 앉아서 검찰의 위반행위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 등이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 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변호사가 근무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이 공모지침서 작성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민간사업자(화천대유) 측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본다.

    김씨 등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지분에 따른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상당한 시행이익을 화천대유가 부당하게 취득하게 해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까지 검찰이 추산한 배임액은 1827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