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인수위, 18일 현판식 진행 및 공식 출범… 현장 취재는 '혼선'현장서 예고 없이 '풀 취재' 통보… 출입기자들 현판식 취재 못해'윤석열 소통방'에 취재진 항의하자… 일방적 '가리기' 논란김은혜 대변인 "카톡방 기자들 의견 가리기 죄송" 공식 사과
  • ▲ '윤석열 소통방' 캡처.ⓒ손혜정 기자
    ▲ '윤석열 소통방' 캡처.ⓒ손혜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민 소통과 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8일 공식 출범했지만, 현판식 진행부터 '소통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인수위' 출범 첫날부터 '소통 부재' 논란

    윤 당선인 측이 후보 시절부터 운영해온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윤석열 소통방'에는 이날 현판식 현장 취재의 혼선으로 인해 기자들이 대거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인수위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현판식을 진행하고 공식 출범했다. 행사에는 윤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현판식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몰린 기자들은 돌연 '풀 취재(공동 취재)' 통보를 받고 행사가 잘 보이지 않는 건너편으로 물러나야 했다.

    통상 모든 출입기자가 현장에 들어갈 수 없을 경우에는 별도로 선정된 대표기자(풀단)가 취재한 내용을 공유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동안 당 출입기자단 가운데 정해진 순서에 따라 '풀러' 기자를 미리 지정·요청·확정한 뒤 현장 취재를 허용했다. 또한 당 공보실은 취재단 소통을 위해 운영하는 카카오톡 단체 '공보방'에 현장 일정과 '지정 풀러'를 미리 공지했다.

    하지만 이날 현판식 취재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공지가 없어 예고 없이 '풀 취재'를 통보받은 취재진은 현장에서 허탕을 치거나 혼선을 겪어야 했다.

    인수위 현판식 취재를 위한 '풀단' 구성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의 미숙한 업무 처리로 현장은 물론 '윤석열 소통방'에는 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윤석열 소통방', 기자들 '취재 혼선' 항의하자 일방적 '가리기'

    문제는 채팅방 관리자가 이 같은 취재진의 항의 및 의견 제시에 별다른 대응 없이 일방적으로 '가리기' 해버리며 '소통 부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이다. 해당 채팅방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와 야당 출입기자단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800명 이상이 들어가 있다.

    '윤석열 소통방'의 이 같은 행위는 윤 당선인이 일부의 우려에도 "국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기 위해" 대통령집무실 이전에 속도를 내겠다는 명분과는 상충되는 일이다.

    현판식 직전인 오전 10시16분, A기자는 '윤석열 소통방'에 "현장 풀을 운용할 것이라면 공지 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순서로 풀을 짜서 굴릴지 미리 공지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장에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길 건너 현판식 봐야 하는 기자들은 무슨 죄입니까"라고 항의했다.

    이에 B기자는 오전 10시23분 "찬성합니다 더불어 사진 마감을 빨리 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사 나가고 한참 후에 사진 몰아오는 것은 활용 가치가 없습니다.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채팅방 관리자가 돌연 두 기자의 메시지를 '가리기' 해버리자 C기자는 5분 후인 오전 10시28분 "소통방인데 기자들이 의견 좀 올렸다고 메시지를 가려버리는 게 소통인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 또한 곧바로 삭제되자 D기자는 오전 10시30분 'AI(인공지능) 윤석열'을 겨냥한 듯 "AI가 가리는 거죠?"라고 꼬집었다. 이에 E기자는 "인간이 가리겠죠"라고 비꼬았다.

    이들 메시지에는 순식간에 수십 개의 '좋아요'가 폭발했지만 곧장 가려졌다.

    그러나 F기자가 오전 11시7분 '윤석열 소통방'에 "사진기자단은 언제 명단 받나요?"라고 물은 질문은 2시간 지난 13시10분에도 삭제되지 않았다. G기자가 오전 11시50분에 올린 "현판식 사진은 언제쯤 받을 수 있나요?"라고 올린 메시지 역시 가려지지 않고 남아 있다. '윤석열 소통방' 측이 선택적으로 메시지를 가렸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윤석열 소통방'의 '불통' 사태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출입기자들은 "무자비하다" "제정신인가" "국민 소통 늘린다는 명목으로 청와대 나와서 용산 간다 해 놓고" "이러면서 청와대 이전은 돈 써 가면서 무슨 의미인지"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김은혜 대변인 "취재 지원 불충분... 카톡방 '가리기' 죄송"

    혼란이 한 차례 지나간 뒤 '윤석열 소통방'에는 11시59분 김은혜 대변인당선인의 사과글이 올라왔다. 김 대변인은 "일정 공개, 풀단 구성과 관련해 기자님들께 불편함을 드렸다"며 "카톡방 내 기자님 의견이 지워진 것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당선과 동시에 통의동으로 이전하면서 일정 공개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인수위 출범 과정을 취재하시는 기자님들의 장소상 제약이 많았다"며 "취재 지원이 충분치 못해 송구하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곧 인수위 기자단 등록이 시작되면 소통방도 다시 잘 차려 인사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당선인대변인실은 또 별도의 공지를 통해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일정 취재는 경호 등의 사유로 풀단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점 양해를 구한다"고 전했다.

    풀단 구성 등 공지가 평소와 같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묻자,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은혜 대변인의 공식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별도로 다른 말씀을 드리기보다 김 대변인의 공식 사과로 갈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에둘렀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단톡방에 컴플레인이 올라올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따로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뒤 해당 글을 삭제한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혼선이 발생, 김은혜 대변인이 내부적으로 크게 질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대통령집무실 이전과 관련, 윤 당선인의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이전 취지는) 절대권력의 상징인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것이다. 그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대통령은 국민 속으로 들어오고, 청와대는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는 것"이라며 "꽃 피는 상춘재, 선택된 날에 선택된 일부에 공개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녹지원, 청와대 성곽길 등 이 모두 가장 좋은 곳일수록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은 국민 위에 있지 않고 절대권력 속에서 내려와 국민 속으로 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