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지도자들, 러시아 향해 공격적 발언, 경제제재 가하며 위협 중”이라며 핵무력 과시백악관 “러시아, 어느 모로 보나 위협받지 않아”… 美유엔대사 “러, 전범재판 넘겨야”젤렌스키 대통령 “28일 벨라루스 접경에서 양측 대표단 평화회담 시작… 전쟁 끝내야”
  • 과거 열병식 때 등장했던 러시아 전략로켓군 ICBM SS-27.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거 열병식 때 등장했던 러시아 전략로켓군 ICBM SS-27.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을 갖겠다고 밝힌 27일(이하 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부대에 특별 경계령을 발령하라고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를 국제사법재판소(ICC)에 넘겨 전범재판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푸틴 “나토 지도자들, 러시아 위협하는 중”이라며 핵무기부대에 특별 경계령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 TV연설 도중 “나토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하며 강력한 경제제재로 위협하는 중”이라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전략로켓군은 특별전투임무체제에 돌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6만여 명의 병력을 거느린 러시아 전략로켓군은 SS-18, SS-19, SS-25, SS-27 등 400여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한다. 관리하는 핵탄두는 1200여 개로 알려졌다.

    푸틴의 말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핵전력 경계태세 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결과 우크라이나전쟁이 핵보유국 사이의 핵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푸틴은 핵무기가 우크라이나와 이를 돕는 국가들에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美 “러시아가 오히려 위협”… 나토 “위험한 발언, 무책임한 행동”

    미국은 “러시아가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며 침략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어느 모로 보나 러시아가 나토나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없는 위협을 만들어내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같은 날 CNN에 출연해 “푸틴은 침략자”라며 러시아를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에 전범으로 회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러시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엔이든 어느 곳에서든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는 모든 차원에서 러시아에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그러면서 “전범재판 회부를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핵전력 경계강화 지시는 위험한 발언이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더하면 현재 사태의 심각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28일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서 러시아와 평화회담”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 벨라루스-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부대 경계태세 강화 명령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향한 직접적 위협”이라며 “28일 예정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27일 성명을 내고 “우리 대표단은 벨라루스 국경에서 러시아 대표단과 조건 없이 만나는 데 합의했다”면서 “회담 결과를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대표단에 (평화협상을) 시도해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대표단에 ‘나중에 우크라이나 국민 중 한 명이라도 내가 전쟁을 끝내려 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