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 남욱, 정영학에 "4000억짜리, 4000억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유동규 "불꽃 한 번 터지면 누구도 못 막아"… 남욱 "문제 되면 게이트 넘어 대한민국 도배"조직적 증거인멸 정황도… 김만배, 남욱 휴대폰에 포렌식 대비 애플리케이션 직접 설치
  • ▲ 좌측부터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 재판의 피고인 김만배씨·남욱 변호사·정민용 변호사. ⓒ강민석 기자
    ▲ 좌측부터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 재판의 피고인 김만배씨·남욱 변호사·정민용 변호사. ⓒ강민석 기자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 공모 전부터 "4000억원짜리 도둑질"이라고 발언한 내용 등이 담긴 녹취록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익규모를 계산한 후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25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4000억짜리. 4000억짜리 도둑질 하는데 완벽하게 하자"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14년 11월5일자 '정영학 녹취록'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남 변호사는 "이거는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거다"라고도 말했다.

    화천대유 설립 전부터 이익규모 정확히 계산

    2014년 11월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기 전으로, 화천대유가 설립되지도 않은 시기다. 이들은 실제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분양수익을 제외하고도 배당금으로만 4040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들이 가져갈 이익규모를 미리 계산한 후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이 확보한 정 회계사 녹취록 등에서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사업의 불법 소지를 인지한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같은 해 11월 남 변호사는 하나은행 관계자에게 "<무간도> 영화 찍는 것처럼 공사 안에 우리 사람을 넣어 뒀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간도>는 2003년 개봉한 범죄영화로, 경찰과 범죄조직이 서로 스파이를 심어 놓고 대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욱, 하나은행 관계자에 "성남도공 안에 우리 사람 넣어 뒀다"

    남 변호사가 언급한 '우리 사람'은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로 추측된다. 정 변호사가 사실상 화천대유에 몸담고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성남1공단과 결합개발을 분리하는 데 기여한 대가로 100억원을 약정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의 서강대 후배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재직 시절 화천대유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구조를 설계한 혐의(배임 등)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4000억원 도둑질'이라는 발언과 관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저에게 게이트라고 말하면서 4000억원짜리 도둑질일 수 있다고 했다"며 "(화천대유가) 하나은행 뒤에 숨어 있었으니까 그런 취지로 (도둑질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가 정리해서 뽑아준 자료를 보고 4000억원이라는 돈을 특정했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유동규 "국정원에서 분명히 군불 나오기 시작할 것" 우려

    녹취록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이 문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10월30일 김씨, 정 회계사 등과 만난 유 전 직무대리는 "국가정보원에서 분명히 군불이 나오기 시작할 테고, 지금 전혀 움직임이 없어서 의아했다"며 "분명히 옵티머스처럼 불꽃이 어딘가 나올 텐데, 왜 안 나올까. 만약에 불꽃이 한 번 터지면 그 불꽃은 누구도 못 막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10월15일 남 변호사에게 "천화동인1호는 김만배 것이라고 얘기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적힌 메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정 회계사 녹취록에 천화동인1호는 유동규 것이라는 녹취가 돼 있다고 했다"며 "(이 때문에) 천화동인1호가 김만배 것이라고 진술하면 녹취록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대장동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중순 남 변호사 휴대전화에 직접 포렌식에 대비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며 "이렇게 하면 나중에 휴대전화가 압수돼도 (내용이) 안 나온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