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대위 특보단 운영하는 텔레그램 단톡방… 박범계, 전·현직 국회의원 등 3000명 활동선대위 산하 위원회 정·부위원장 모집 공지에… 여론조사 수신번호 공유하며 참여 독려도국가공무원법 "정당 및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가입 금지" … 선대위 "법 위반 따져봐야"
  •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용 단체 채팅방(단톡방)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장관은 선거 관련 형사사건을 최종적으로 수사·기소하는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책임자인 만큼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조선닷컴에 따르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은 텔레그램 단톡방인 '[소통방] 이재명 후보 총괄특보단'을 운영 중이다.

    이재명 선거운동 단톡방… 인력 동원 요청, 선거 관련 기사 전파

    지난 22일 기준 이 단톡방에는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전·현직 국회의원과 이 후보 특보 3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 단톡방에서는 이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서 인력 동원 요청, 이 후보 홍보용 온라인 이미지나 선거 관련 기사 전파 등 활동이 이뤄졌다.

    선대위 산하 위원회 정·부위원장 모집 공지가 올라왔고, 갤럽·한국리서치·공정·리얼미터의 여론조사 수신 번호를 공유하며 해당 번호의 전화가 걸려오면 받을 것을 독려하는 등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협조요청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 때는 이 후보 측 요청을 받고 이를 재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국대의원 A씨는 "현장에서 요청이 와서 알립니다. 우리 후보 응원해 주실 분들 마포 상암동 MBC 정문 앞으로 모여 주세요. 오늘 TV토론 장소입니다"라며 "인원이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각 후보 지지자들 중 우리 후보 지지자분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요"라고 적었다.

    그러자 근처에 산다는 한 특보는 "파란색 옷이 없어도 갈 수 있는지, 대기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총괄특보단 팀장 B씨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링크 올리며 선대위 본부 긴급 요청사항 공유하기도

    해당 단톡방에서는 선대위 본부의 긴급 요청사항도 그대로 올라왔다.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의 전달과 공유,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선거 캠페인 참여를 위해 텔레그램 방을 운영한다"며 링크를 공유하는 식이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는데도 현직 공무원 신분인 박 장관은 선대위 산하 조직 단톡방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의 단톡방 참여가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운동의 금지에 위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한다. 박 장관이 단톡방에서 적극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등을 요청하는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입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단톡방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 지켜야… 취재 시작되자 박범계 등 탈퇴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신문에 "박 장관이 법을 위반했다고 즉답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며 "공무원의 신분과 선대위 특보단 성격 등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보단 관계자는 "박 장관이 언제부터 단톡방에 있었는지, 어떤 경위로 들어오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박 장관과 법무부에 지난 22일부터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별다른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취재가 시작된 뒤 진성준 의원을 제외한 모든 전·현직 의원과 박 장관은 단톡방에서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