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청계광장서 2000명 모여 집회… 현행 방역지침 '백신접종 완료자 299명' 제한김재연 진보당 후보 선거운동과 연계해 제한 안받아… 사회자 "유세차량 덕에 시위 성사"택배노조, CJ본사 점거 중에도 방역수칙 위반 정황… 비노조 택배기사들, 파업 중단 호소
  • ▲ 민주노총 택배노동조합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 민주노총 택배노동조합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56일째 파업 중인 민주노총 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서울 도심에서 주최측 추산 2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현행 방역지침상 집회는 299명까지만 참여가 가능하지만, 이런 대규모 집회가 가능했던 이유는 진보당 선거유세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선거 유세를 빙자한 꼼수 집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택배노조 "시위 성사시켜준 진보당 동지들에게 감사"

    택배노조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주최측 추산 2000여명 규모의 '2022 전국 택배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대부분 파업 중인 CJ대한통운 노조원과 쟁의권을 확보한 일부 한진택배 노조원들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파업 중은 아니지만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롯데택배 등 일부 노조원이 모였다.

    현행 방역 지침상, 집회에는 백신접종 완료자 기준 최대 299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택배노조가 이같은 제한인원을 훨씬 넘어서는 대규모 집회를 열 수 있었던 이유는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 선거운동과 연계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은 인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실제 집회가 시작되자 사회자는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 유세차량 덕에 택배노동자들 시위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택배노동자들이 자기 주장을 마음껏 낼 수 있게 만들어준 우리 진보당 동지들에게 감사하다"며 "김재연 후보의 유세차량은 택배노동자들에게 선거운동 기간 내내 목소리를 마음껏 터뜨려보라고 제공된 것"이라고 했다.

    집회 참석자들, 진보당 배지·선거사무원 목걸이 착용

    집회 참석자들은 진보당 배지를 달거나 선거사무원 목걸이를 걸었다. 무대로 사용된 차량은 김 후보의 유세 차량이었다. 하지만 트럭 한 대에 김 후보의 포스터 3장이 붙어있었을 뿐 정작 집회 도중에는 김 후보 정책 설명이나 지지 호소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집회 참석자들은 감염병 예방법을 저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붙어 앉는 등 거리두기를 거의 지기키 않았다. 청계광장 옆 골목 등에선 집회 참석자들이 모여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택배노조는 지난 19일에도 같은 방식을 이용해 청계광장에서 500명 규모의 집회를 연 바 있다. 당시 집회에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 참석해 택배노조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집회에 진보당 활용" 비판

    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 통화에서 "택배노조가 진보당을 지지한다기보다는 자기들 집회에 필요하니까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민주노총이 아직까지 정치적 노선을 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진보당과 민주노총 양측이 원하는 바가 서로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편법을 써서 집회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한 동안에도 방역수칙을 수차례 위반한 정황이 발견됐다. 대한통운 측은 "불법 점거 노조원들은 최근까지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은 채 잠을 자는 것은 물론,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나눠먹는 등 방역 수칙을 계속 어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통운이 공개한 본사 건물 외부 CCTV 영상에는 지난 17일 오후 노조원들이 쇼핑백을 줄에 매달아 3층 점거 현장으로 올려 보내려다 쇼핑백이 주차된 차 위로 추락하고 맥주와 과자로 보이는 내용물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이 담겼다. 또 일부 노조원들은 본사 1층 건물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택배노조, 21일 CJ대한통운 1층 남긴 채 점거 해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한 지 12일째 되던 21일 1층 로비만 남긴 채 3층 점거를 풀었다. 다만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물과 소금을 끊는 아사 단식 돌입을 예고했다. 진 위원장은 "(CJ대한통운에)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라며 "농성 해제가 CJ대한통운에 잘못된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면 점거보다 큰 농성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노조가 불법 점거 중이던 3층에서 철수했지만 주 출입구인 1층 로비에 대한 점거는 변동이 없어 전체 불법 점거 상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비노조 택배연합회는 택배노조를 향해 "연대 파업까지 주도해 모든 택배기사 밥그릇을 깨부수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고 질타하며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