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노조위원장에게 자백강요, 취조… 홍위병 닮은 'MBC정상화위'헌법·법률 다 무시‥'적폐청산 철퇴' 휘두른 자들, 역사가 심판해야
  • ▲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에서 홍위병(紅衛兵)들에게 끌려가는 경극 배우 시투(장풍의 분)와 두지(장국영 분)의 모습. ⓒ 패왕별희 스틸 컷
    ▲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에서 홍위병(紅衛兵)들에게 끌려가는 경극 배우 시투(장풍의 분)와 두지(장국영 분)의 모습. ⓒ 패왕별희 스틸 컷
    중국 대약진운동 실패 후 이어진 소위 문화대혁명 시기. 위태로운 권력을 유지하려던 모택동의 정치투쟁 방법은 집단으로서, 개인으로서 인간의 악마성을 끄집어 낸 처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대중을 동원하고 감시하고 동료를 고발하게 만들었으며 허위자백과 강요가 횡행했다. 인민재판과 즉결처형 뿐 아니라 강제 구금, 고문과 취조 등 온갖 비인간적인 방법이 총동원 된 인간성 말살의 시대였다.

    교육과 세뇌를 통해 광기로 무장한 어린 홍위병들은 모택동의 손발이 되어 지식인과 이웃의 과거를 들추어내 잔인하게 린치하고 때려죽이는 등 폭력을 만끽했다. 고작 열 몇 살짜리가 모택동 초상화를 불에 던졌다고 자기 어머니를 당에 고발해 총살에 처하도록 만든 패악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망자만 얼추 200만 명에 달한다는 이 시대는 인류역사의 영원한 상흔으로 남아있다. 유명한 역사의 한 조각을 다시 꺼낸 이유는 얼마 전 MBC정상화위원회와 관련해 나온 법원 판결이 이러한 과거를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는 1월 26일 허무호 전 MBC노동조합위원장이 MB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MBC는 원고에게 1000만 원의 위자료와 법정이자를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2019년 12월 명예퇴직한 허 전 위원장이 재직 당시인 2018년 7월 MBC 정상화위원회로부터 출석과 진술 등을 강요받아 진술거부권과 자기방어권을 침해당했다며 3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항소심(2심)인 서울고법이 1심 결과를 뒤집고 MBC의 불법을 인정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한 것이다.

    MBC노조는 이번 재판 판결문을 공개했는데, 대략 짐작은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니 더 충격적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현 집권세력이 정부 기관 곳곳에서 자행한 소위 ‘적폐청산’이 중국 문화대혁명을 매우 닮아있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기 때문이다. 허 전 위원장을 불러다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취조하는 방식이 모택동을 옹위한 홍위병의 광기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자백강요와 취조, 홍위병 광기를 닮은 그들의 패악

    다음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판결문 일부 내용이다.

    <이번 판결문에는 언노련 산하 MBC본부노조가 주축이 된 소위 정상화위원회의 강압적 조사행태가 잘 나타나 있다. 정상화위원회 조사역들은 2015~2017년 우파단체 엄마부대와 어버이연합이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MBC가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 ‘김장겸 보도본부장(후에 MBC 사장 역임)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문제의 보도 당시 사회2부장이었던 허무호 전 위원장은 “내가 알아서 했다”고 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세 명의 조사역들은 돌아가면서 “김장겸 본부장이 지시한 거 맞죠?” “그냥 예, 아니오로만 합시다, 그냥. 김장겸 본부장 지시가 있었습니까?”라며 대답을 강요했다. 허 전 위원장이 침묵을 지키자 조사역들은 “내가 허 부장을 위해서 한다는 얘기가 이거 그대로 올라가면 중징계야”라고 짐짓 회유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다가 “허무호 사회2부장이 알아서 한 것이고 전적으로 다 책임지겠습니까?” “이제까지 조사 거부한 박상후 국장이나 김세의 얘네들 조사 거부한 거 하구요. 지금 선배하고 다르실 거 없어요. 선배가 지금 뭘 얘기하신 게 있습니까? 조사 거부한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어”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 월간조선 기사 중 일부 발췌.

    어떤가. 아주 짤막한 단편의 스케치에 불과하지만, MBC와 함께 정상화위원회에 가담한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MBC본부의 홍위병짓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지 않은가. 도대체 누가 그들에게 동료에게 자백을 강요하고 고문이나 다름없는 취조와 모욕을 가할 권리를 부여했나.

    이 판결문을 공개한 MBC노조는 언론노조원에 대한 징계요구는 단 한건도 없이 비노조원과 MBC노조만을 상대로 저지른 불법과 패악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지극히 합당한 요구다. 정의의 이름으로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좀비처럼 인간성을 물어뜯었던 자들에게 역사의 교훈과 철퇴가 내려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MBC정상화위원회의 적폐청산이란 이름의 광기, 옆동네 KBS의 진실과미래위원회라는 동질의 광기는 기록되어 홍위병 언론시대가 다시 도래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