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정영학에 토로… "사람들 참 욕심 많다. 병채 아버지는 병채 통해 돈 달라고 그래"김만배 "밤마다 공무원 만났다, 장애물은 밤에 제거한다, 주말마다 시청 사람들과 공 쳤다"
  • 곽상도 전 의원. ⓒ뉴데일리 DB
    ▲ 곽상도 전 의원. ⓒ뉴데일리 DB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서 김만배 씨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로비를 한 구체적 정황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녹취록에는 곽 전 의원과 금전 문제로 인한 김씨의 고민과 함께, 그와 성남시 인사들과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하는 발언도 담겼다.

    곽 전 의원은 이 같은 보도에 "지난해 녹취록 보도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인데 이 논란이 왜 다시 불거지는지 의문"이라고 뉴데일리에 밝혔다.

    19일 한국일보는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김씨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해당 녹취록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만배 "사람들 참 욕심 많다… 곽상도는 아들 통해 돈 달라 그래"

    녹취록에 따르면, 2020년 4월4일 김씨는 "그래도 (돈) 많이 받았지. 사람들 참 욕심 많다"며 곽 전 의원을 언급했다. 김씨는 이어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요구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는 또 "뭘, 아버지가 뭘 달라냐"는 질문에 곽병채 씨가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것인지"라고 답했다며, 정 회계사에게 곽씨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김씨는 곽씨의 채근에 "야,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화천대유 임원)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냐"고 호통쳤다고 한다. 로비 금액을 곽병채 씨에게 한 번에 전할 경우 화천대유 임원이 받을 돈의 액수보다 크기 때문에 한 번에 주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 한꺼번에 주면 어떡하냐? 서너 차례 잘라서 줘야지"

    또 2020년 3월24일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화천대유 직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줄 돈을 정 회계사에게 설명하며 양 전무에게는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건넬 돈이 '양 전무보다 많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최소 50억원을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회계사는 김씨가 연거푸 곽 전 의원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자 "형님도 골치 아프시겠습니다"라고 다독였고, 김씨는 "응, 골치 아파"라고 맞장구쳤다.

    검찰은 2015년께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의 컨소시엄이 무산되려 하자 곽 전 의원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이를 막아 줬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근무하는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곽 전 의원을 대상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12월1일 기각됐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위해 같은 달 30일 김정태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으나, 아직 곽 전 의원을 대상으로 한 영장 재청구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일보는 또 해당 녹취록에 김씨가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며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면, 곽씨가 해당 공무원들이 사업에 협조하는지 파악해 김씨에게 보고한 듯한 내용도 담겼다고 보도했다.
  • 정영학 회계사. ⓒ강민석 기자
    ▲ 정영학 회계사. ⓒ강민석 기자
    "공무원하고 잘돼서 농사 잘되고 있습니다"

    2020년 7월6일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잘못하면 너하고 나하고 구속이야. 응? 너 사고 없이 여기까지 했으면 정성 들이면서 맨날(매일) 해야지"라고 주의를 주며 "돈 좀 더 주면 어때. 마지막에 공무원들이 지네들 밀착된 업체들 뒤로 받아가고 하는데, 위에서 물을 많이 부어야 밑으로 내려간다. 병채가 이 물을 갖고 물을 내려주고 있나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씨는 "병채한테 맨날 보고받고 있다. '그래 그 물이 잘 내려오고 있나' 그러면 얘는 이래. '아, 이쪽은 공무원하고 잘해서 농사가 잘되고 있습니다. 순조롭게. 저쪽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뭔가 모르는 애들이다'"라며 정 회계사에게 곽씨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가 언급한 '뒤로 받아간다' '물이 잘 내려간다'는 등의 표현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로비 등을 뜻하는 은어로 보인다.

    곽상도 "'그분' 밝혀야 할 시점에 왜 하필 이런 보도가 나왔나"

    곽 전 의원은 해당 보도와 관련 "최근 (유동규 등 재판이 진행되며) 대장동 개발 사업지침의 '7대 독소조항' 등에 대한 이야기가 쟁점이 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지난해 10월에 불거졌던 의혹이 새로운 내용 하나 없이 되풀이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장동 게이트는 '그분'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하고, 여기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참 공교롭다. 왜 하필 지금 이런 보도가 나갔는지 의문"이라고 뉴데일리에 밝혔다. 

    한편 한국일보는 김씨가 직접 공무원을 접대한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2020년 6월17일 녹취에는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내가 성남을 떠날 것 같니? 이 일을 하기 위해서 형이 밤마다 공무원을 얼마나 많이 만났는데"라고 말했다. 

    "밤마다 공무원 만났다, 주말마다 공 쳤다"

    이에 정 회계사가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하자 김씨는 "지금도 만나. 다 뒤에서 밤에 길을 청소해 주고. 길을 가게. 장애물을 밤에 제거 다 하잖아"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7월6일 김씨는 "내가 저녁마다 만나고 주말마다 시청 사람들 데리고 가서 공 치는데"라며 한 달에 두 번은 '시청 사람들'과 골프를 친다는 점을 내세웠다.

    김씨는 자신을 '이지스함'이라고 지칭하며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김만배 방패가 튼튼해. 별명이 이지스함이야. 김 이지스"라며 "이 큰 사업을 해서 언론에서 한 번 안 두드려맞는 거 봤어?"라고 하자 정 회계사는 "그건 형님이 계셔서 그렇죠"라고 화답했다.